
1세대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 놀부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원 심리가 시작됐다. 서울회생법원은 11일 회사 대표자를 불러 신청 배경과 경영 상황을 확인했다. 회생 신청만으로 절차 개시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제출 자료와 사업의 계속 가능성, 채권자 이해관계 등을 검토해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5부는 이날 오후 대표자 심문 기일을 열어 약 1시간 15분 동안 심리를 진행했다. 대표자 심문은 채무자가 회생을 신청한 이유와 현재 자산·부채 상황,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자금 조달 계획이 현실적인지 등을 재판부가 확인하는 과정이다.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 제출이나 후속 심문이 이어질 수 있다.
심문을 마친 김용위 대표는 취재진에게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이 어렵다며 인건비와 식자재 원가 상승을 주요 부담으로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이나 재판부에 제출한 소명 자료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추가 심문 기일이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생 신청 이후 법원이 살피는 것
기업회생은 당장 갚아야 할 채무를 조정하면서 영업을 이어가고 정상화를 모색하는 법적 절차다. 법원은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청산할 때보다 큰지, 회생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수익 구조와 자금이 있는지를 살핀다. 개시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채권 신고와 조사, 회생계획안 제출과 인가 등 여러 단계가 남는다.
놀부는 지난달 31일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달 4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 여부를 심사하는 동안 개별 채권자가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등을 진행해 회사 재산이 흩어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는 회생 인가를 의미하지 않으며, 심사를 위한 재산 보전 성격이 강하다.
회사 측이 앞으로 설명해야 할 핵심은 영업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다. 비용 절감만으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 기존 브랜드와 매장을 어떻게 재편할지, 운영 자금을 어디서 확보할지가 중요하다. 가맹점과 납품업체, 임직원의 이해가 얽혀 있어 계획의 실행 가능성과 공정성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감사보고서상 놀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86억9천만원으로, 전년 약 5억8천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도됐다. 단기간에 손실 폭이 커졌다는 점은 비용 구조와 매출 회복 방안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다만 회생절차의 최종 판단은 특정 손익 수치 하나가 아니라 자산, 부채, 현금흐름과 사업 전망을 종합해 이뤄진다.
1세대 프랜차이즈가 마주한 시장 변화
놀부는 1987년 서울 신림동의 보쌈 식당에서 시작해 보쌈과 부대찌개를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메뉴로 확장한 업체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전국에 1천여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식 메뉴를 표준화해 전국 단위로 공급한 대표적인 1세대 외식 브랜드로 꼽혀 왔다.
그러나 외식 시장의 경쟁 방식은 빠르게 달라졌다. 배달 중심 소비가 확대됐고, 소비자는 유행과 가격, 건강, 편의성을 동시에 따지기 시작했다. 소규모 전문점과 새로운 브랜드가 늘면서 오래된 대형 프랜차이즈도 매장 경험과 메뉴 구성을 지속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노후화와 경쟁 심화, 코로나19 이후 소비 습관 변화가 놀부의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육류와 채소, 조미료 등 주요 식재료 가격, 임차료, 인건비가 함께 오르면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모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회생 과정에서 가맹점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 공급과 브랜드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다. 본사의 재무 문제로 물류, 판촉, 신메뉴 개발이 흔들리면 개별 점포의 영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생긴다. 반대로 기존 가맹망과 브랜드 인지도는 회생계획에서 사업 가치를 뒷받침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추가 심문과 자금 계획이 관건
법원이 추가 심문을 지정한다면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부족한 부분과 신규 자금 확보 계획이 주요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생절차에서는 영업을 계속하는 동안 임금과 물품 대금, 임차료 등 필수 비용을 감당할 유동성이 필요하다. 투자자 유치나 자산 매각, 사업부 정리 같은 방안도 검토될 수 있으나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있는 설명도 요구된다. 회생 신청 전후의 의사결정, 손실 확대 원인, 정상화 목표가 투명하게 제시돼야 채권자와 가맹점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법원의 심리는 경영 실패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남은 사업의 가치와 채무 조정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모든 매장이 문을 닫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회생 신청은 영업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매장별 운영 여부와 상품권, 멤버십, 예약 같은 서비스는 회사와 가맹점의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놀부의 사례는 오랜 인지도만으로 외식 시장의 변화를 견디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는지, 회사가 실행 가능한 자금·영업 계획을 제시하는지, 가맹점과 채권자 보호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핵심 관전 지점이다. 추가 심문과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신청 단계의 사실과 확정된 결론을 구분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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