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진 약 한 달 동안 전국 보건소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69만건이 넘는 폭염 대응 건강관리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모두 69만6천566건의 상담과 상태 확인 등을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고령자와 독거가구처럼 폭염에 더 취약한 사람을 현장에서 찾아가는 예방 활동이다.
방문건강관리사업은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가정이나 경로당을 찾아 대상자의 건강 문제를 평가하고 상담하는 지역 보건 서비스다. 만 65세 이상 노인과 건강·사회적 취약계층이 주요 대상이다. 폭염 기간에는 평소 건강관리와 함께 실내 온도, 수분 섭취, 야외 활동 여부, 이상 증상 등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의료기관 이용을 연계한다.
전국 264개 보건소에서 이 업무를 맡는 인력은 약 3천명이다. 올해 6월 기준 사업 대상자는 100만7천여명으로 집계됐다. 대상 규모가 인력보다 훨씬 큰 만큼 전화 확인과 직접 방문을 위험도에 따라 조합하고, 지역의 복지기관과 의료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이상 징후 발견해 입원 치료 안내
복지부는 현장 대응 사례로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효행구에서 발생한 일을 소개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밭일을 하던 노인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방문건강관리 인력이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온열질환 입원 치료를 안내했다.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해 의료기관으로 연결한 사례다.
온열질환은 고온 환경에 오래 노출될 때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며 발생할 수 있다. 두통과 어지럼, 메스꺼움, 심한 피로, 근육 경련,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의 정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노출 시간에 따라 다르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스스로 물을 마시기 어려운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는 갈증을 늦게 느끼거나 만성질환과 복용 약물의 영향으로 더위에 취약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증상이 악화돼도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방문 인력이 안부를 확인하고 가족이나 의료기관과 연결하는 과정은 단순한 생활 안내를 넘어 응급 상황을 예방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다만 방문 서비스만으로 모든 위험을 막을 수는 없다. 대상자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고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냉방기 사용이 어려운 가구, 야외 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위험이 서로 다르므로 우선순위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예방 중심 지역 보건 서비스
방문건강관리사업 예산은 2022년 457억3천500만원에서 올해 493억2천300만원으로 약 8% 늘었다. 사업 대상과 현장 수요를 고려하면 예산 증가가 인력 확충과 교육, 이동 지원, 디지털 장비 개선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접촉 건수뿐 아니라 실제 위험 발견과 치료 연계, 재방문 결과를 함께 평가할 필요도 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1일 서울 용산구 요셉의원과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주민 가까이에서 건강을 살피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폭염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하는 통합건강증진사업의 한 분야다. 건강 상담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 복약 확인, 생활습관 교육, 복지 서비스 연계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다. 폭염처럼 기상 조건이 건강 위험을 키우는 시기에는 기상정보와 대상자의 건강정보를 결합한 선제 대응이 효과를 높인다.
농촌에서는 한낮에도 농작업을 중단하기 어렵고, 도시에서는 옥탑방이나 반지하처럼 실내 열이 쉽게 빠지지 않는 주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동이 불편한 노인은 무더위쉼터가 가까워도 이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별 위험을 파악해 냉방 물품 지원, 이동 지원, 식사와 돌봄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숫자보다 중요한 지속 관리
이번 69만6천여건이라는 실적은 폭염 기간 현장 접촉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명에게 여러 차례 제공된 서비스도 건수에 포함될 수 있어 전체 대상자 중 몇 명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별도로 살펴야 한다. 향후에는 고위험군 접촉률과 의료 연계 결과, 미접촉 가구의 사유 같은 지표를 함께 공개하면 정책 효과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폭염 대응은 기온이 가장 높은 며칠에만 집중해서는 부족하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수면과 회복이 방해받고, 누적된 피로가 건강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보건소와 가족, 이웃은 대상자의 상태가 평소와 달라졌는지 반복해서 확인하고, 공식 폭염 행동요령과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예방 수칙으로는 가장 더운 시간대의 야외 활동을 줄이고,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나눠 마시며, 시원한 장소에서 자주 쉬는 방법이 권고된다. 다만 심장·신장 질환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받는 사람은 개인의 치료 지침을 따라야 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기면 자가 판단보다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상담하는 편이 안전하다.
기후변화로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커질수록 방문건강관리의 역할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장 인력의 안전과 근무 여건을 보장하면서 위험이 큰 주민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다. 이번 현장 점검이 일회성 확인에 그치지 않고 인력과 예산, 데이터 연계, 지역 의료 협력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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