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충돌이 공개적인 서명 대결로 번졌다. 장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책임당원들이 당원과 시민 2만7천명의 이름을 모았다고 밝히자, 지도부 측은 정치적 의미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장 대표를 지지하는 서명 참여자가 더 많다는 반박도 나오면서 당내 주도권 경쟁이 숫자를 앞세운 세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퇴진 요구에 참여한 책임당원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연판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장 대표 취임 1주년 이전에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규 책임당원은 당이 특정 대표 개인의 영향 아래 놓일 것인지, 선거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묻는 서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진 의원들에게도 퇴진 요구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규에 마련된 당원소환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원소환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당원의 요구로 투표를 성사시켜 당직자의 책임을 묻는 제도다. 실제 절차가 시작되려면 당규상 서명 요건과 대상, 투표 방식 등을 충족해야 한다.
지도부는 “대응 가치 없다” 일축
장 대표 측은 퇴진 서명에 선을 그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자당 대표를 흔들어 당의 대응력을 약화하는 행위라며 정치적 의미나 대응할 가치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도부가 서명 요구를 협상의 계기로 삼기보다 당 대표 흔들기로 규정한 셈이다.
장 대표 지지 측에서는 퇴진 요구보다 지지 서명에 참여한 당원이 더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양측이 제시한 숫자는 모집 주체와 기간, 참여 자격, 중복 여부가 같지 않을 수 있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서명의 규모와 별개로 당내 공식 의사결정은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퇴진 요구 그룹이 당원소환제를 실제로 추진할지도 관건이다. 공개 발언만으로 대표 해임 절차가 곧바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서명 수를 충족했는지 확인하고 당이 이를 접수한 뒤, 소환 대상과 사유가 규정에 맞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절차의 적법성과 서명 검증을 둘러싼 추가 공방도 예상된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대표 개인의 거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당원 참여를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지, 강한 지지층의 요구와 일반 유권자를 향한 외연 확장을 어떻게 조화할지가 함께 걸려 있다. 지도부를 지지하는 측은 당원의 뜻을 당 운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보는 반면, 비판하는 측은 일부 적극 당원의 목소리가 전체 민심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당원 중심 총선 체제 놓고 시각차
장 대표는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당 체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은 선출직 공직자 평가와 조직 혁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동만 의원은 당원의 생각이 당의 핵심이 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도 국민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 참여를 강화하면서도 민심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박정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강성 당원의 의견만으로 당을 운영하고 당권을 유지하려는 시각은 왜곡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하더라도 선거에서 표를 행사하는 전체 유권자의 요구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정당의 후보 선출과 지도부 구성에서 당원 비중을 높이면 조직의 책임성과 참여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여론과 당원 선호가 크게 다를 경우 본선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반대로 민심 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랫동안 당비를 내고 활동한 당원의 권리가 축소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 논쟁은 공천과 선출직 평가 기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선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고, 현역 의원 교체 기준에 당원 의견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핵심이다. 평가 제도가 특정 계파나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어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취임 1주년 쇄신안이 분수령
장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을 쇄신안에는 ‘당원 중심 정당’ 구상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쇄신안이 조직 개편과 공천 제도, 정책 결정 참여, 온라인 당원 투표 등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하는지가 주목된다. 원칙만 강조할 경우 퇴진 요구에 대한 정치적 맞대응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퇴진 요구를 제기한 당원들은 중진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했지만,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공개적으로 한쪽 편에 서는 순간 당내 계파 구도가 선명해질 수 있어 신중한 대응이 예상된다. 반면 침묵이 길어지면 지도부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 또는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다.
양측의 서명 경쟁이 당내 민주주의를 넓히려면 참여자 명단의 신뢰성과 모집 기준, 요구 사항이 투명해야 한다. 상대 진영의 숫자를 깎아내리는 방식만 반복되면 정책과 총선 전략에 관한 토론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당원소환제 역시 정치적 압박 수단에 머물지 않고 규정에 따른 공식 절차인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국민의힘의 선택은 장 대표의 연임 여부뿐 아니라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조직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당원 권한 강화와 외연 확대, 지도부 안정과 책임 정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취임 1주년 쇄신안과 퇴진 요구 측의 후속 행동이 구체화되면 이번 서명 대결의 실제 정치적 무게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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