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가 끝난 뒤 홀로 사회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 300명에게 생활물품뿐 아니라 또래 관계와 정서적 연결을 지원하는 사업이 시작된다. 보건복지부와 네이버 해피빈, 월드비전, 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유한킴벌리, 아성다이소 등 7개 기관은 ‘온:청년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다른 자원과 전문성을 모은다. 지원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구감소지역 청년이 우선 대상이다.
참여 기관들은 3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자립과 관계 형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업은 네이버 해피빈과 월드비전이 공동 주관하며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대상은 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인 자립준비청년이다.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등 전국 107개 지역에 주소를 두거나 이 지역의 직장 또는 학교에 다니는 청년을 먼저 선정하고 이후 다른 지역 청년까지 순차 지원한다.
경제 지원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공백
자립준비청년은 보호가 끝나는 시점부터 주거와 취업, 건강, 금융, 인간관계 같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공적 자립수당과 주거 지원이 확대돼 왔지만 갑작스러운 위기 때 연락하거나 일상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부족하다는 어려움은 현금이나 물품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번 사업이 생활 지원과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결합한 이유도 경제적 자립과 정서적 자립을 함께 살피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자립지원 실태조사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10.6%가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청년의 2.8%와 비교하면 약 4배다.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비율은 46.5%였고, 자살 생각이 들 때 필요한 도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를 꼽은 비율이 30.3%로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소득과 주거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안전망의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준다.
고립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거나 실직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계약이나 금융 문제를 혼자 판단하며, 정서적 어려움이 커져도 지원기관과 연결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역 인구가 줄어 복지기관과 상담 인력이 적은 곳에서는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의 거리와 횟수가 제한될 수 있다. 지역을 우선 선정한 이번 사업은 이런 서비스 격차를 보완하려는 성격을 갖는다.

7개 기관이 역할 나눠 지원
유한킴벌리와 아성다이소는 생필품과 기프트카드, 자립 정보를 담은 ‘안부박스’를 두 차례 전달한다. 물품 지원은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사업 참여 청년과 정기적으로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가 함께 제공되면 주거, 건강, 금융, 취업 등 기존 제도로 연결되는 통로도 넓어진다. 다만 청년마다 필요한 물품과 상황이 다른 만큼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월드비전은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안부 담벼락’을 운영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자립준비청년과 예비 자립준비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경남 진주 스포츠가치센터에서 ‘온청년 캠프’를 연다. 공동 활동은 처음 만난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온라인 공간은 거리가 먼 청년도 참여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대화 규칙, 위기 상황 대응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인구감소지역의 아동양육시설 두 곳의 생활환경을 개선한다. 네이버 해피빈은 시민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응원과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온라인 캠페인을 운영하고 일부 메시지를 모아 ‘안부책’을 만들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공적 지원과 민간의 전문성 및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관별 활동이 흩어지지 않도록 참여자의 동의 아래 지원 이력을 조정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사업 종료 뒤에도 관계가 이어져야
관계 형성은 한두 차례 행사로 완성되기 어렵다. 캠프나 온라인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이 사업 종료 이후에도 서로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으려면 자발성과 안전이 모두 보장돼야 한다. 멘토나 실무자가 자주 바뀌면 청년이 다시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참여 횟수뿐 아니라 위기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생겼는지, 고립감이 줄었는지 같은 변화를 확인해야 사업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지원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일방적인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도 경계해야 한다. 청년이 원하는 활동과 연락 방식, 공개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같은 보호종료 경험이 있어도 지역, 직업, 건강, 가족관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은 다르다. 프로그램 설계와 평가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지원이 실제 생활과 어긋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온:청년 프로젝트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공공기관의 자원, 기업의 물품과 플랫폼, 공익기관의 현장 경험을 결합한 민관협력 사업이다. 성과는 300명에게 무엇을 전달했는지뿐 아니라 기존 제도 밖에 있던 청년이 지속적인 관계와 서비스에 연결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오는 12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안부를 묻고 도움을 청할 통로가 유지되도록 후속 지원과 장기적인 협력 구조를 준비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남는다. 참여 청년의 만족도와 실제 도움 요청 경험을 꾸준히 살펴 다음 사업 설계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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