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현금 송금 대신 금괴를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은행 계좌 감시가 강화되자 범죄 조직이 추적이 어려운 고가 현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피해액은 최근 2년 동안 100억엔을 넘어섰고, 고령층을 겨냥한 사례도 잇따라 수사 당국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 집계에서 금괴를 노린 사기 피해는 지난해 약 58억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45억엔 이상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에 피해 규모가 누적되면서 단순한 변종 범죄가 아니라 새로운 조직형 사기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도쿄에서는 80대 여성이 경찰 등을 사칭한 범인들에게 속아 금괴 1kg을 넘긴 사건도 있었다. 금액으로는 약 2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거책은 모바일 앱으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화로 피해자를 압박하고, 별도의 수거책을 움직여 현물을 회수하는 분업형 범죄 구조를 보여준다.
계좌 동결 강화가 범죄 수법을 바꿨다
범죄 조직은 경찰이나 세무 당국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불안을 조성한다. 이어 자금세탁을 해야 한다며 현금을 금괴로 바꾸도록 유도하고, 이후 수거책을 보내 금괴를 받아 간다. 피해자는 공권력의 조사에 협조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범죄 조직에 재산을 넘기는 구조다.

이런 방식이 늘어난 배경에는 일본 금융권의 송금 감시 강화가 있다. 주요 은행이 경찰과 의심 계좌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 가능성이 있는 계좌를 빠르게 동결하면서, 과거처럼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는 방식은 위험이 커졌다. 범죄 조직은 그 틈을 피해 계좌 기록이 남지 않는 금괴나 귀금속으로 범행 대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금값 상승도 범죄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무게의 금괴가 더 높은 현금 가치를 지니게 되면서 운반과 은닉이 쉬운 고가 자산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은 국제적으로 환금성이 높아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조직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기관은 금괴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
비슷한 유형의 금괴 갈취 사기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정부가 금괴 구입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고 알리며 주의를 당부했고, 싱가포르 등에서도 관련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각국에서 금융사기 대응이 강화될수록 범죄 수법은 현물, 가상자산, 상품권 등 다른 통로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예방의 핵심은 간단하지만 분명하다. 경찰, 검찰, 세무 당국, 금융기관은 전화나 메신저로 금괴 구매와 전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연락을 받더라도 통화 상대가 알려준 번호로 다시 연락하지 말고, 공식 대표번호나 가까운 경찰서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고령 가족이 큰돈을 인출하거나 귀금속 구매를 갑자기 말할 경우 주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보이스피싱이 단순한 전화 사기를 넘어 금융 제도와 자산시장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사기관과 금융권의 대응이 강화될수록 시민에게 전달되는 경고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금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는 순간, 그 연락은 조사 협조가 아니라 범죄 신호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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