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정세 불안이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커졌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하고 유류세 인하 조치를 9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며 단기 물가 충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3일 현지 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일보다 7% 넘게 오른 배럴당 100.6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피격 소식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이어졌다.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낙폭이 컸다. 국내 시장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는 24일 전 거래일보다 5% 넘게 떨어졌고,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닥 역시 큰 폭으로 밀리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정부 대응은 가격 상한과 세금 인하 연장
정부가 선택한 첫 대응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료비 상승을 늦추는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25일 0시부터 적용되는 8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 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유의 리터당 최고가격은 당분간 동결된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곧장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도 9월 말까지 연장된다. 현재 휘발유는 리터당 122원, 경유는 145원, 부탄은 51원의 세금 인하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재정 수입 감소라는 부담이 있지만, 유가 급등기에 운전자와 운송업계, 자영업자의 비용 충격을 완화하는 즉각적인 정책 수단이다.
다만 가격 동결과 세금 인하만으로 에너지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면 정유, 물류, 항공,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은 원가 상승분을 흡수하거나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소비자는 생활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증시와 물가가 함께 흔들릴 가능성
이번 유가 상승이 더 부담스러운 이유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성장주와 기술주가 먼저 흔들린 것도 이런 해석과 맞닿아 있다. 한국처럼 수출과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모두 큰 경제는 외부 충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동 긴장이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유가가 100달러 선 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다. 정부의 단기 대책은 가격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국제 정세가 더 악화되면 추가 물가 대책과 에너지 수급 점검이 필요해질 수 있다. 시장 역시 지정학적 뉴스와 원유 재고, 주요 산유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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