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외교장관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나 3국 공조 강화를 재확인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열고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해양 안보, 한반도 문제, 경제안보 등을 논의했다.
세 나라는 회담 뒤 각각 보도자료를 냈다. 공통적으로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제법 준수, 북한 문제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을 언급하는 방식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같은 회담을 두고도 각국이 국내외 외교 환경을 고려해 표현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조 메시지는 같지만 표현은 달랐다
한국 외교부는 세 장관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함한 역내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도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표현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해양 활동을 겨냥할 때 자주 쓰이는 외교적 문구다. 다만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는 방식은 외교적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 발표는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이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표현이 한국·일본 발표보다 선명하게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은 역내 동맹·파트너에게 더 분명한 대중 견제 메시지를 요구하고 있다.
낮아진 표현 수위와 외교적 계산
이번 회담 결과는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나 2024년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한국 발표문 기준으로 표현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공동성명은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과 강압적 행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더 명확히 담았다.
표현 수위의 차이는 3국 공조가 약화됐다는 의미라기보다 각국의 외교적 계산이 다르게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외교 관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고, 일본은 안보 현안에서 대중 견제 메시지를 유지하되 역내 다자 회의의 균형도 의식한다. 미국은 동맹망을 통해 중국 견제 구도를 강화하려는 목표가 뚜렷하다.

북한 문제에서도 3국은 공조 필요성을 확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군사 협력 가능성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주요 배경이다. 다만 북한을 다루는 표현 역시 각국 발표문에서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메시지와 압박을 강화하려는 메시지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한미일 협력이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뒤에도 발표문의 문구 하나가 외교적 신호로 읽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공조의 방향은 유지됐지만, 중국과 북한을 둘러싼 표현의 세기는 각국의 전략적 여건에 따라 조절됐다. 향후 정상급·장관급 협의에서 어떤 표현이 반복되는지가 3국 협력의 실제 온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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