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한 인력 공급 업체가 북한 여성 노동자 40명을 모스크바 인근 사업장에 단체로 배치할 수 있다는 구인 광고를 내놓았다고 러시아 구인 플랫폼 자료를 인용한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이 심해진 가운데 북한 인력 활용이 확대되는 정황으로 해석되면서, 노동 조건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가능성이 함께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인력 업체 ‘원더풀 임플로이어’는 온라인 구인 플랫폼 아비토에 북한 여성 40명을 생산라인, 봉제, 농업 등의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했다. 업체는 이들이 조리 업무에도 능숙하다며 김밥을 예로 들었고, 개별 채용이 아니라 40명 전원을 한 집단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40명 단위 채용과 장시간 근무 조건
전문가들은 집단 채용 조건이 단순한 인력 배치상의 편의만을 뜻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북한 경제를 연구해 온 피터 워드는 보도에서 노동자들을 소규모로 나누지 않는 방식이 이탈을 막고 상호 감시 체계를 유지하려는 목적과 관련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광고에 적힌 조건만으로 실제 관리 방식이나 계약 관계 전체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광고상 근무 시간은 하루 11시간, 월 26~28일이다. 제시된 시급은 480루블로, 이를 단순 계산하면 월 급여는 약 1716~1848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임금에서 중개업체나 북한 당국이 상당한 몫을 가져간다는 전문가 추산도 있다. 보도에 소개된 추정치는 공제 비율을 75~90%로 봤지만, 실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개별 계약과 관리 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비슷한 인력 광고는 건설 현장과 창고 업무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가 만두 공장, 섬유 생산, 농업, 물류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되고 있으며, 사업장과 노동자 사이의 소통을 담당할 통역 인력 수요도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특정 업종에 한정됐던 인력 활용이 러시아 내 여러 저숙련·생산 직종으로 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러시아 인력난과 북러 관계 밀착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 인력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구인난이 있다. 전쟁 동원과 인구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데다,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장 인력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러시아와 북한의 정치·군사적 관계가 가까워진 점도 인력 이동을 뒷받침하는 환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제 제재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할 소지가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결의를 통해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에게 신규 취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노동자도 송환하도록 요구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의 수입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재의 근거였다.
러시아가 취업 비자 대신 유학 비자 등 다른 체류 자격을 활용해 북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서는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 주민에게 약 3만6000건의 교육 목적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 비자 발급 자체가 곧 불법 취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급 규모와 실제 체류 목적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

계약 투명성과 노동자 보호가 관건
이번 광고가 실제 채용과 배치로 이어졌는지, 노동자의 여권과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는지, 임금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는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장시간 근무와 집단 관리 방식이 사실이라면 산업안전, 휴식권, 임금 지급의 투명성도 핵심 쟁점이 된다.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이 계속되는 한 북한 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제재 회피 의혹과 노동권 침해 우려도 확대될 수 있다. 향후에는 광고 문구를 넘어 실제 고용계약, 비자 종류, 임금 흐름과 근로 환경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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