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국내 카드 사용액이 3년 반 사이 약 10배로 늘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K뷰티, 공연, 지역 여행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해외 발급 카드 매출이 소상공인 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공개한 해외카드 매출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캐시노트 연동 가맹점의 해외카드 매출액은 2023년 1월의 9.6배로 집계됐다. 전체 카드매출에서 해외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에서 1.2%로 여섯 배 상승했다.
32만8천 가맹점에서 확인된 소비 확대
이번 분석은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소상공인 사업장 가운데 해외 발급 카드 결제 이력이 있는 약 32만8000개 가맹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조사 범위가 전체 국내 가맹점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소비가 어느 업종과 지역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해외카드 매출은 2023년 초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상반기 방한 외국인 수가 2023년 약 440만 명에서 지난해 880만 명대로 늘었고, 올해는 1000만 명을 넘어선 관광 회복세와 맞물렸다. 방문객 증가가 숙박과 쇼핑뿐 아니라 의료·미용 서비스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서비스 매출 절반 이상이 피부과·성형외과
전체 해외카드 매출의 43%를 차지한 서비스업에서는 미용의료 분야의 집중도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업 해외카드 매출 가운데 피부과가 40%, 성형외과가 14%를 차지해 두 업종을 합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결제 한 건당 금액도 내국인보다 높았다. 서비스업에서 외국인 객단가는 16만6000원으로 내국인 4만7000원의 약 3.5배였다. 상대적으로 건당 가격이 높은 미용의료 소비가 확대되며 전체 해외카드 매출 증가 속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화장품 구매를 넘어 한국에서 직접 시술과 상담을 받는 경험형 소비로 확장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의료 서비스는 정보 비대칭이 큰 분야인 만큼 다국어 가격 안내와 부작용 설명, 사후 관리와 분쟁 대응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지속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서울 비중은 높지만 부산·제주 성장 빨라
올해 6월 외국인 카드 매출의 지역별 비중은 서울 65%, 경기 11%, 부산 8%, 제주 5% 순이었다. 절대 규모는 서울이 압도적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성장률은 부산 60%, 제주 53.1%로 서울 36.4%와 경기 20.4%를 웃돌았다.
부산의 빠른 성장에는 6월 열린 방탄소년단 월드투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시는 해당 월 방문 관광객이 48만4057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고 밝혔다. 대형 공연이 교통, 숙박, 음식, 쇼핑으로 소비를 확산하는 효과를 보여준 사례다.
관광 소비의 지역 확장은 서울 중심의 방문 동선을 다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이나 축제 같은 분명한 방문 목적에 지역의 음식·문화·숙박 콘텐츠를 연결하면 체류 기간과 소비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일회성 행사 뒤에도 재방문을 유도할 상품과 정보가 필요하다.

관광수지 흑자 전환에도 상권별 격차
외국인 지출 확대와 함께 올해 6월 관광수지는 5억9660만 달러, 약 8442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3월 이후 이어지던 적자 흐름은 올해 3월 흑자로 돌아선 뒤 개선세를 보였다. 방한객 수뿐 아니라 한 사람당 소비의 질과 범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혜택이 모든 소상공인에게 고르게 돌아간 것은 아니다. 해외카드 매출 비중은 관광특구 13.9%, 발달상권 5%였지만 골목상권은 1.4%, 전통시장은 2.5%에 그쳤다. 외국인이 쉽게 찾는 지역과 업종에 소비가 집중되는 구조가 확인된다.
골목상권으로 소비를 넓히려면 다국어 지도와 예약, 해외카드·간편결제 지원, 가격 표시, 면세 안내 같은 기본 인프라가 필요하다. 개별 점포가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플랫폼, 결제사업자가 공동으로 운영 도구와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해외카드 매출의 급증은 한국 관광이 단순 방문에서 미용의료와 공연, 지역 체험을 결합한 소비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과제는 성장한 소비를 관광특구 밖의 다양한 상권으로 연결하고, 의료와 결제 서비스의 신뢰를 높여 반복 가능한 지역경제 효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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