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베를린에서 성소수자 축제 인파를 향해 차량이 돌진해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의 용의자가 범행 하루 만에 경찰 검거 작전 중 사망했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를 연방검찰로 넘겼다. 대규모 도심 행사가 이어지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 공공장소 보안과 위험인물 관리 체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베를린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로 지목된 21세 압둘 발루트는 현지시간 26일 오후 베를린 북서부 슈판다우의 텃밭 단지에서 경찰 특수기동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발루트가 흉기를 들고 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에 총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소방대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사망을 막지 못했다.
발루트는 전날 밤 베를린 티어가르텐 공원 인근에서 흰색 밴을 몰고 축제 참가자들이 모인 방향으로 돌진한 혐의를 받았다. 차량은 나무 기둥을 들이받고 멈췄으며, 이후 용의자는 마체테로 추정되는 흉기를 휘두르며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건 현장은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행진 구간과 가까웠고, 당시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축제 마무리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위험인물 관리 공백 논란
이번 사건이 독일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용의자가 이미 보안당국의 감시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계 독일 국적자인 발루트는 지난해 시리아로 이동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에 합류하려다 적발된 전력이 있었다. 이후 레바논에서 종교 갈등을 선동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석방됐고, 독일 귀국 과정에서도 체포된 바 있다.

독일 법원은 지난 5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폭력 행위를 준비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극단주의 예방 상담을 받도록 했다. 보안당국은 그를 폭력 성향의 극단주의 위험인물로 분류해 감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공격을 막지 못하면서 사법 판단, 예방 상담, 전자·통신 감시가 충분히 맞물렸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이란 국적 남성 1명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다만 실제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공모 관계가 있었는지, 사전에 공격 계획이 얼마나 구체화돼 있었는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독일 당국이 사건을 연방검찰로 넘긴 것은 단순 교통범죄나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정치·종교적 동기가 개입된 테러 가능성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도심 축제 보안 강화 압박
독일은 과거에도 차량을 이용한 대형 공격을 겪었다. 2016년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테러 이후 유럽 주요 도시들은 콘크리트 차단물, 임시 통제선, 행사 동선 분리 등 물리적 방어책을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개방형 거리 행사와 축제는 도시 접근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축제 현장과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보안 강화는 곧 시민 자유와 행사 개방성의 문제와도 맞닿는다. 성소수자 축제처럼 사회적 의미가 큰 집회·행진은 많은 인파가 도심에 집중되고, 상징성이 커 공격 목표가 될 위험도 높다. 당국은 특정 집단을 향한 증오범죄 가능성, 국제 극단주의 선전의 영향, 모방 범죄 우려를 함께 살펴야 한다.

앞으로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미 위험 신호가 확인된 인물에 대해 법원, 경찰, 정보기관, 상담 프로그램이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개입할 것인지다. 둘째, 대규모 공공행사의 이동 동선과 차량 접근 통제를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다. 독일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에 나선다면, 단순히 경찰력을 늘리는 방식보다 위험 평가와 현장 대응을 연결하는 체계 정비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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