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동안 미용사로 일하며 노숙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도와온 이금미 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 씨가 지난 7월 2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기증한 장기는 심장과 폐, 간, 신장이다. 기증원에 따르면 각각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전달돼 모두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은 오랜 투병 끝에 이별을 맞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뜻이 다른 생명으로 이어졌다는 데 위안을 얻었다고 전했다.
생전에 여러 차례 밝힌 기증 의사
이 씨는 약 5년 전부터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다가 뇌와 신경계 기능이 점차 저하되는 계통위축증 진단을 받고 치료해 왔다. 지난 7월 12일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고인은 생전 가족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언니와 삶의 마지막에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하며 서로 기증을 약속했고, 가족도 그 뜻을 존중해 동의했다. 기증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내려진 즉흥적 결정이 아니라 평소 나눔에 대한 생각을 가족과 충분히 공유한 결과였다.

1남 2녀 중 막내였던 이 씨는 20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미용사로 일했다. 우연히 접한 미용에서 적성과 즐거움을 발견했고, 직접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는 등 새로운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10년 동안 이어진 미용 봉사
사람을 만나 대화하기 좋아했던 이 씨는 전문 기술을 이웃과 나누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지인들과 약 10년 동안 노숙인과 독거노인의 머리를 손질하는 봉사에 참여했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꾸준히 이어갔다.
가족에게도 따뜻한 구심점이었다. 언니와 함께 산에 오르고 가족 식사를 먼저 제안하며 가까운 이들을 세심하게 챙겼다고 한다. 가족과 지인들은 생전의 봉사와 마지막 기증이 서로 분리된 일이 아니라, 타인을 돌보던 고인의 삶이 끝까지 이어진 선택이라고 기억했다.
뇌사 장기기증은 본인이 미리 뜻을 밝히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가족의 이해와 동의가 중요하다. 이 씨가 평소 가족과 자신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나눈 점은 갑작스러운 순간에 가족이 고인의 뜻을 존중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삶의 끝에서 이어진 네 사람의 내일
고인의 언니는 친구들이 이 씨를 두고 살아 있을 때도, 떠날 때도 멋있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장례를 마친 날 본 큰 무지개를 떠올리며 이제는 아프지 않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인사도 남겼다.
한 사람의 기증은 이식을 기다리던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이 씨가 평생 손길로 이웃을 돌보고 마지막에는 장기기증으로 네 사람의 삶을 이은 이야기는, 생명 나눔 의사를 가까운 사람과 미리 공유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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