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나 자녀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던 저소득층의 문턱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2027년 하반기 중증장애인 가구를 시작으로 근로취약계층에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순차 폐지할 계획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선정 요건을 충족해도 부모나 자녀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보유하면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실제 부양 여부와 제도상의 가족관계가 다를 때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부양보다 가족 재산 보던 기준
가족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거나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해도 부양의무자의 재산 때문에 탈락하는 사례가 있었다. 신청자가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하는 과정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개편은 신청자 가구의 생활 여건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탈락 기준을 완화해 왔다. 2024년까지 부양의무자의 연 소득이 1억원을 넘거나 일반재산이 9억원을 초과하면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부터 각각 1억3000만원과 12억원으로 상향됐다.

이번에는 금액 기준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별로 기준 자체를 없앤다. 2027년 하반기 중증장애인 가구에 우선 적용하고, 2028년부터는 노인 가구도 연령대별로 순차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청자 가구 소득·재산 중심으로
기준이 폐지되면 부모나 자녀의 경제적 형편과 관계없이 신청자 본인 가구의 소득과 재산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한다. 가족에게 부양 능력이 있다는 추정과 실제 지원 사이의 차이로 급여를 받지 못했던 가구가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 범위와 시행 시기, 재산 산정 방식은 후속 지침에서 확정돼야 한다. 제도가 바뀌어도 정보를 알지 못해 신청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안내와 대상자 발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생계급여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 반영 비율도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선정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지급 수준을 현실화해 물가와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려는 취지다.

자활 지원과 현장 집행이 과제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맞춤형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활기업 창업 지원도 확대한다. 현금 급여와 취업·창업 지원을 연결해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오랫동안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제도 개선 효과는 신청 절차가 간단해지고 담당 기관이 단절 가구를 적극 찾아낼 때 커진다. 장애와 고령으로 이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방문·온라인 신청 지원도 중요하다.
수급을 희망하는 가구는 시행 전후 거주지 행정복지센터나 복지 상담 창구에서 본인 가구의 소득·재산 기준과 적용 시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단계별 폐지 일정과 세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 정책 전환 과정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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