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이 2045년까지 역내 국가를 하나의 전력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대형 전력망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아세안 사무총장은 에너지와 전력망, 디지털 전환을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 강화해야 할 핵심 분야로 꼽았다.
계획의 중심에는 아세안 파워그리드가 있다. 이 사업은 국가별 송전망을 연결해 전력이 남는 지역의 공급을 부족한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구상이다. 장기 투자 규모는 8000억달러, 우리 돈 약 1132조원으로 언급됐다.
늘어나는 수요와 연결성의 과제
아세안에너지센터는 2045년까지 역내 에너지 수요가 현재의 2.6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는 이 추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나왔다.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안정적이면서도 청정한 전원과 송전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 전력망은 단순히 전선을 더 놓는 사업이 아니다. 국가마다 다른 전력시장 제도, 전압과 계통 운영 기준, 투자·요금 체계를 조율해야 한다. 공급이 풍부한 국가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사이에서 비용과 편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사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변수다.

그럼에도 연결성은 재생에너지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햇빛이나 바람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전원을 넓은 지역에서 함께 운영하면 변동성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국경을 넘는 송전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정교한 수요 예측과 실시간 계통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기업에는 장기 협력의 기회
아세안 측은 한국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요청했다. 한국은 송배전 설비, 전력 제어, 에너지저장장치, 디지털 운영 기술 등에서 참여 여지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사업 참여는 개별 국가의 발주 구조와 재원 조달, 현지 파트너십을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수요 대응 수단으로 거론됐다.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안전 요건과 경제성, 규제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특정 기술 하나가 답이 되기보다 재생에너지·가스·원전·저장장치를 각국 여건에 맞게 조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협력도 전력망과 맞닿아 있다. 아세안의 많은 중소기업이 국가 간 디지털 연결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한국의 AI·디지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력망 구상은 인프라 투자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데이터 경제를 함께 연결하는 장기 협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