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하던 병원에서 알게 된 환자 연락처를 자신의 병원 개원 홍보에 이용한 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환자 정보는 진료 과정에서 제한된 목적을 위해 제공되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의료기관 종사자의 관리 책임을 다시 환기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의사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의사는 2024년 7월 경남 창원의 한 외과의원에서 근무하던 중 자신이 진료한 환자 4명의 전화번호를 따로 기록한 혐의를 받았다.
진료 목적 정보의 사적 활용
문제가 된 부분은 연락처를 확보한 이후의 사용 방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같은 해 12월 자신의 외과의원을 개원하면서 환자 연락처를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 과정에서 알게 된 전화번호가 개원 안내 문자 발송에 쓰인 것이다.
해당 연락처는 의사의 아내에게 전달됐고, 아내는 개원 일정과 사전 진료 제공 안내가 담긴 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홍보 내용이 의료 서비스 안내였더라도,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 목적을 벗어나 사용했다면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환자 정보는 신뢰의 기반
의료기관에서 다루는 개인정보는 단순 연락처에 그치지 않는다. 진료 이력, 질병 정보, 방문 기록 등 민감성이 높은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는 의료진이 자신의 정보를 진료 목적에 한해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신뢰가 흔들리면 의료기관 전체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유출된 정보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법원은 범행 경위와 개인정보 내용, 침해된 법익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인정보 침해가 대규모 유출이 아니더라도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원·이직 때 더 엄격한 관리 필요
의료진의 이직이나 개원 과정에서는 기존 환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민감한 문제가 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새 병원 정보를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와 달리, 근무 중 알게 된 연락처를 별도로 보관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병원 내부에서도 퇴사자 접근 권한 회수, 환자 명단 반출 금지, 홍보 동의 관리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의 수집 목적과 이용 범위를 엄격히 구분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그 기준이 더 무겁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환자 연락처 하나라도 사적으로 옮겨 쓰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의료기관과 종사자 모두 환자 정보가 영업 자산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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