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온라인교육시스템이 장기간 해킹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시스템에는 전현직 외교관과 재외공관 직원 등 외교 업무와 관련된 인력의 개인정보가 보관돼 있었고, 유출 규모는 최대 1만 건으로 파악됐다. 단순한 웹사이트 침해를 넘어 외교 인력 정보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해킹 대상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외교관 등의 비대면 교육을 위해 개설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해 4월과 5월 무렵 서버에 침입한 뒤 올해 2월까지 수시로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침입 상태가 약 10개월 동안 이어졌다는 점은 탐지와 대응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키운다.
이름과 이메일, 암호화 비밀번호 유출
서버에는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 직원, 다른 부처 파견 인력 등 약 1만 명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었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아이디, 암호화된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책이나 근무 장소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단순 연락처 유출보다 위험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사건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외교부에 해킹 사실을 통보했고, 외교부는 이후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침입 시점과 통보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었던 만큼, 어떤 경로로 침입이 유지됐는지와 내부 탐지 장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커가 악용한 취약점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도 인지하지 못한 미공개 보안 취약점으로 추정된다. 보안 업계에서는 이런 방식의 공격이 개인 차원에서 수행되기는 어렵고, 국가 배후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도 국가 등이 배후인 해킹 조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외교 인력 정보는 2차 공격의 발판
외교 인력의 개인정보는 그 자체로 민감하다. 이메일 주소와 소속, 직책 정보가 결합되면 피싱 메일이나 표적형 악성코드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재외공관 직원이나 파견 인력은 해외 현장에서 외교, 안보, 경제 관련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 추가 공격의 목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된 비밀번호가 유출됐다고 해서 즉시 계정이 뚫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호화 방식이 취약하거나 같은 비밀번호를 다른 서비스에서도 사용했다면 위험은 커진다. 관련 기관은 비밀번호 초기화, 다중인증 적용, 의심 접속 기록 분석, 유출 계정 대상 피싱 경고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의 교육·업무 지원 시스템도 핵심 보안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본업 시스템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공격자는 오히려 그런 주변 시스템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외교·안보 분야 기관일수록 협력업체 소프트웨어, 오래된 웹서비스, 교육 플랫폼까지 같은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향후 조사에서는 침입 경로, 유출 범위, 해커의 실제 목적, 국가 배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동시에 장기간 침입을 조기에 탐지하지 못한 원인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교 인력 정보가 노출된 사건인 만큼 후속 대응의 투명성과 속도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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