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이 세 나라를 잇는 새 육상무역로 개설에 합의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긴장이 이어지고 이란이 미국 제재와 전쟁 여파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단순한 운송 노선 신설을 넘어 역내 물류 질서를 다시 짜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0일 아프가니스탄 매체 톨로뉴스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3국 대표들은 최근 이란 북동부 호라산주의 마슈하드에서 만나 육상무역로 개설 협정을 체결했다. 세 나라는 한 달 안에 트럭을 동원한 시험 운행을 실시하고, 실제 통관 절차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하기로 했다.
한 달 내 시험 운행, 통관과 비자가 핵심
이번 합의의 첫 단계는 시범 운송이다. 3국은 각국 트럭을 투입해 국경 통과, 화물 검사, 운전사 이동 절차, 운송 시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시험 운행은 노선의 정치적 선언보다 실무 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경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거나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 운송비 절감 효과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 나라는 항구적인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실무그룹은 무역로 운행을 막는 장애물을 정리하고 정기 보고서를 내는 역할을 맡는다. 국경 시설 확충, 트럭 운전사 비자 절차 간소화, 신속한 화물 이동 체계 마련도 협정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다음 회의는 오는 10월 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란에는 제재 돌파구, 아프간에는 통과 수입
이란이 이번 구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제재와 역내 긴장으로 인한 경제 부담이 있다. 기존 해상 및 항만 물류가 불안정해질수록 이란은 인접국과의 육상 연결망을 통해 교역의 숨통을 넓힐 필요가 커진다. 특히 반다르아바스와 차바하르 항을 통한 물류 차질은 이란뿐 아니라 주변 내륙국의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이번 노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프간은 오래전부터 자국 영토를 중앙아시아와 남·서아시아를 잇는 통과 지대로 키우려 해 왔다. 새 무역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아프간은 통행료와 물류 서비스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주변국은 운송 시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제한적인 아프간 경제에 현실적인 수입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아프간 재계에서는 이란 항만을 둘러싼 운송 차질로 물류비가 늘고, 일부 지역에서 연료 가격 등 생활 비용이 상승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부 헤라트주처럼 이란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운송로 불안정에 더 민감하다. 새 노선은 이런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실제 효과는 통관 속도와 치안, 금융 결제 여건에 좌우될 전망이다.
지역 협력의 성패는 실행력에 달려
전문가들은 이 노선이 안착하면 아프가니스탄의 내륙 교량 역할이 강화되고, 이란과 타지키스탄도 새로운 교역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합의가 곧바로 안정적인 물류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경마다 다른 행정 절차, 운송 보험과 결제 문제, 제재 리스크, 도로와 검문 인프라의 수준이 모두 실제 운행 비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은 세 나라가 경제적 필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란은 압박 국면에서 우회적 교역로를 넓히려 하고, 아프가니스탄은 통과 무역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며, 타지키스탄은 남쪽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물류 선택지를 확보하려 한다. 앞으로 한 달 내 시험 운행 결과와 10월 카불 회의에서 나올 후속 조치가 이 구상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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