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요크 터마시 헝가리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즉시 종료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대통령은 절차상 공포를 거부할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개헌이 헝가리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에 부정적 선례를 남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가 로이터 통신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개헌안은 지난 13일 헝가리 의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전체 의원 199명 가운데 139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6명에 그쳤다. 개헌안은 관보 게재와 공포 절차를 거치면 시행된다.
대통령 임기 종료가 핵심 쟁점
이번 개헌안의 가장 민감한 조항은 슈요크 대통령의 임기를 즉시 종료하도록 한 부분이다. 슈요크 대통령은 2024년 의회에서 5년 임기로 선출돼 원래대로라면 2029년까지 재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헌안은 당시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가 이끌던 피데스당 소속 의원들이 선출한 지도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규정했다.
슈요크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출신이다. 그는 의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개헌안이 통과된 만큼 형식적으로는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특정 공직자의 임기를 개헌으로 단축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권력분립,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에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적 반발을 넘어 새 정부가 이전 정권의 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해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선거 승리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정부라도, 헌법 기관의 임기와 독립성을 어떻게 다룰지는 별도의 법치 기준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탈 오르반 개혁의 본격화
이번 개헌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머저르 페테르 총리의 권력기관 재편 작업과 맞물려 있다. 머저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 티서당은 오르반 전 총리 시절 구축된 정치·사법 권력 구조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슈요크 대통령에게도 사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 개정으로 문제를 처리한 셈이다.
개헌안에는 대통령 임기 종료 외에도 의원의 연임 가능 기간을 최대 12년으로 제한하고 헌법재판관 정년을 70세로 설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항에 따라 오르반 전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페테르 폴트 헌법재판소장도 물러나게 된다.
지지자들은 이를 장기 집권의 잔재를 정리하고 권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새 다수파가 헌법 개정 권한을 이용해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를 교체하는 방식이 훗날 다른 정권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헝가리 정치는 오르반 전 총리 시절부터 유럽연합과 법치주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이번 개헌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법치 논쟁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건은 새 정부가 제도 개편의 명분을 실제 권력분립 강화로 입증할 수 있는지, 그리고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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