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8주년 제헌절을 맞아 개헌 논의가 다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변화한 시대정신과 국민의 뜻을 담을 새로운 헌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문제를 출발점으로 언급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제헌절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맞춰 나왔다. 헌법은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이자 국민 기본권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특정 역사적 경험을 전문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반복적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다.
5·18 정신 수록 논의의 재점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주장은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 보장의 역사적 토대를 헌법 차원에서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찬성하는 쪽은 한국 민주주의가 특정 사건의 희생과 저항 위에서 발전해왔고, 그 가치를 헌법이 명시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 장관은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헌정질서와 국민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주의 지수 상승 등을 언급하며, 새 헌법 질서를 국민과 여야가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메시지에는 지난 5월 개헌안 표결 무산에 대한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당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담은 개헌안 표결이 국민의힘 불참 속에 무산됐고, 정 장관은 이를 두고 비협조라고 비판한 바 있다.
헌법 전문의 정치적 무게
헌법 전문은 조문처럼 직접적인 세부 규율을 담지는 않지만, 국가 정체성과 헌법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 문장이다. 어떤 역사적 사건을 전문에 넣을지는 단순한 문구 조정이 아니라 국가가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는 가치의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5·18 정신 수록 문제는 역사 평가, 지역 감정, 정당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민감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찬성 측은 민주주의 헌정사의 핵심 경험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중론은 헌법 개정이 폭넓은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또 다른 정치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 장관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 당시에도 개헌안이 국회를 넘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역사적 기억을 제도적으로 확인하는 일이 일상적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개헌 논의가 넘어야 할 문턱
개헌은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라는 높은 절차적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 제헌절 메시지가 실제 개헌 동력으로 이어지려면 여야 간 협상, 개헌 범위 조정, 권력구조와 기본권 조항을 어디까지 다룰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 발언은 당장 개헌 일정을 확정한 선언이라기보다, 제헌절을 계기로 헌법 논의를 다시 공론장에 올린 성격이 강하다. 다만 5·18 정신 수록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정치권에서 다뤄진 만큼, 향후 개헌 논의가 재개될 경우 가장 먼저 부각될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은 사회적 합의를 압축한 문서다. 제헌절에 나온 개헌론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역사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와 절차적 신뢰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5·18 정신 수록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가 어떤 기억을 헌법의 언어로 남길지 묻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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