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6일 된 딸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사기관이 아동의 시신을 찾지 못했고, 재판부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16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살펴봐도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핵심은 사망 경위와 고의성 입증
이 여성은 2015년 2월 생후 6일 된 딸에게 적정한 수유 등 필요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 아동이 사망한 다음 날 새벽 부산 기장군의 한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2023년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시신을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진술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유죄 판단에는 범죄 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와 사망 원인에 대한 충분한 입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지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1심은 피해자가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 전혀 규명되지 않았고, 사고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추가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셈이다.
유령 영아 조사로 드러난 사건
이 사건은 2023년 정부의 이른바 ‘유령 영아’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아동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과거 사건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사회적으로는 출생 등록과 아동 보호 체계의 빈틈이 다시 확인된 계기였다.
검찰은 피고인이 산후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적 불안, 양육 부담, 가정 내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둘째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동기 추정만으로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사망 원인과 사망 시점, 방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점이 결정적이었다.
남은 과제는 예방과 기록 관리
이번 판결은 무죄가 곧 사건의 실체가 모두 해명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형사재판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더라도 검사가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이는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원칙인 동시에, 수사와 행정 기록이 제때 확보되지 못했을 때 진실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드러낸다.

출생 미등록 아동 문제는 수사기관과 복지 행정, 의료기관의 정보 연계가 촘촘해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임신·출산 이후 위기 가정 지원, 출생 통보 제도, 아동 소재 확인 절차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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