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부친이 사건 관련 증거물을 훼손·폐기한 정황이 확인됐다. 부친은 현직 경찰관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형법상 친족 간 특례 조항 때문에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주거지에 있던 성인용품과 휴대전화 등이 사라진 경위를 확인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부친이 일부 물품을 챙긴 뒤 폐기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해당 물품 중 일부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는 증거였다고 봤다.
증거 보전과 수사의 한계
형사 사건에서 증거 보전은 공소 유지와 사실관계 판단의 핵심이다. 특히 범행 전후의 행동, 디지털 기록, 소지품 상태는 범의와 동기, 계획성 등을 가리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증거가 사라지면 수사기관은 다른 자료와 진술, 감정 결과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논란이 커진 이유는 증거 폐기 정황이 확인됐는데도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 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 특례 때문에 피고인의 부친을 증거인멸 혐의로 형사 입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법적 처벌 가능성과 별개로, 현직 경찰관이 중대 범죄 사건의 증거 보전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공직윤리와 수사 신뢰 측면에서 별도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재판의 쟁점은 범행 목적 입증
피고인은 살인과 살인미수, 성폭력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성범죄 목적과 관련한 고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전자정보 분석 결과와 증인 신문 등을 통해 범행 목적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거 폐기 정황은 향후 재판에서 직접 처벌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남아 있는 증거의 의미와 수사기관의 입증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관련 자료는 피고인의 검색 기록, 연락 내역, 범행 전후 동선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친족 특례 조항의 취지와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가족 관계에서 기대되는 정서와 국가 형벌권의 한계를 고려해 마련된 조항이지만, 중대 강력 사건에서 핵심 증거가 사라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 남는다.

피고인의 다음 재판은 오는 13일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남아 있는 증거와 진술, 감정 결과를 토대로 범행의 구체적 목적과 책임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사건의 중대성만큼 수사와 재판 과정의 투명성, 피해자 보호, 증거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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