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어떻게 적용할지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이어갔지만, 노동부가 발주해 수행한 실태조사를 둘러싼 ‘신뢰성’ 공방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동자 측은 적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용자 측은 연구 수행 주체와 방법에 객관성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며 논의의 전제를 흔들었다.
“적용 가능” vs “연구 객관성 한계”
이번 회의에서 노·사·공 위원들은 노동부가 마련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실태조사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수행했으며 현재는 비공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용자 측은 결과의 해석뿐 아니라 ‘어떤 과정으로 연구가 이뤄졌는지’ 자체를 문제 삼는 모습이다.
사용자 측 대표는 해당 연구가 특수 형태의 근로자를 중심으로 진행돼 당초 공고 내용과 거리감이 있으며, 연구 수행 주체나 자료조사 방법 측면에서 객관성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논쟁이 첨예한 사안을 ‘친노동계’ 성향의 연구기관이 맡으면서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됐다.
반대로 근로자 측은 실태조사가 최저임금 확대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도급제나 특수고용·플랫폼 형태의 노동자들이 사용 종속성과 경제적 종속성이 크다는 점에서 최저임금법의 보호 범위 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노동부 실태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제도 적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저임금법의 ‘별도 적용’ 조항이 쟁점
이번 논쟁은 단순한 찬반을 넘어 최저임금법의 적용 방식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은 임금이 통상적인 시간급 방식이 아니라 도급제 등 다른 형태로 정해져, 시간 단위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으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노동시간을 일괄적으로 시간급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도 별도 기준을 통해 보호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근로자 측은 이 조항을 핵심 근거로 제시하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례가 누적돼 있음에도 최저임금위가 여전히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원점으로 논의를 되돌린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업종별 구분 등)가 선행돼야 하며, 현 단계에서 도급제 ‘별도 적용’을 뒷받침할 만큼의 자료나 해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맞섰다.
노사 합의 결론, 표결 가능성도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다만 노사 간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표결로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표결 가능성은 노사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확대가 곧바로 시행되면 소상공인·소규모 사업자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들은 “밤낮없이 일해도 최저임금 미만 소득으로 생활하는 영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 설계가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측은 반대로,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 하한선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보호 사각지대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도급·플랫폼 형태로 노동자의 권리가 약화되는 구조를 문제 삼으며 “생산·배송 현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실태조사” 신뢰성 논란, 향후 변수
이번 사안에서 가장 큰 변수는 실태조사 결과의 비공개 상태와, 이를 둘러싼 해석의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사용자 측은 연구 결과 자체의 내용뿐 아니라 조사 수행 주체와 절차의 객관성을 문제 삼고 있어, 향후 공개 범위나 재조사 여부 같은 절차적 결론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표결로 방향을 정하더라도,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제출한 논거의 ‘신뢰성’이 남을 경우 후속 행정·법적 다툼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특히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사회적 영향이 큰 만큼, 이번 회의의 결론은 단지 도급제 논의의 끝이 아니라 향후 보호 기준 설계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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