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주말 2차 종전 협상’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일정 취소로 사실상 무산됐다.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슬라마바드로 향해 이란 측과 만날 예정이던 미국 대표단의 방문 일정을 “방금 취소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당분간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트럼프의 강경한 메시지와 이란의 ‘직접 회담 불응’ 입장이 맞물리며 협상 동력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미국 대표단 일정 ‘돌연 취소’…협상 무산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에 도착했던 이란 협상단이 이날 파키스탄을 떠난 뒤 미국 협상단도 방문 일정이 취소되면서, 주말에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미·이란 2차 종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할 일도 많다”며 “그들의 지도부 내부는 엄청난 내분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카드는 우리가 갖고 있고, 그들에겐 아무 카드도 없다”면서 “그들이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전화만 하면 된다!!!”고 적어, 협상 재개 가능성을 ‘대화 여지’로 남기는 동시에 협상 우위를 강조했다.
이란은 ‘직접 회담’ 거부, 미국은 ‘압박 속 협상’
이번 협상 과정은 양측의 온도 차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은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가 이끄는 이란 협상단과 미국 협상단이 만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란은 미국과의 직접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협상 무산이 전쟁 재개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한 데 더해 해상 봉쇄 등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는 협상 과정에서의 압박 강화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트럼프의 ‘더 나은 문서’ 주장…협상 대치의 맥락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 파키스탄행 취소 배경과 관련해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라면서도, 이란이 “더 나았어야 할 문서”를 가져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내가 (미국 협상단의 파키스탄행을) 취소하자마자 10분도 안 돼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새로운 문서를 받았다”고 말해, 협상에서 주고받는 제안 내용의 변화가 ‘일정 취소’와 동시에 발생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또 트럼프는 “그 모든 합의는 복잡하지 않다. 매우 간단하다”며 이란의 핵무기 관련 제한을 협상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이란이 종전의 실행 가능한 틀을 요구하는지, 미국이 어떤 조건을 ‘최소 불가’로 두는지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란 외무장관 “미국이 외교에 진지한지 더 지켜봐야”
이란 측 메시지도 강경하되, 외교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닫지는 않는 형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오만에 도착한 뒤 “미국이 외교에 진심으로 진지한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 방문이 “매우 성과가 있었다”며 종전의 “실행 가능한 틀”에 관해 이란의 입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아라그치 장관이 파키스탄을 떠난 뒤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미국과 백악관 지지자들을” 억지의 결과에 가둘 수 있는 이란의 결정적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종전 협상이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군사·경제적 압박이 병행되는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분간은 ‘간접 채널’…하지만 일정 공백이 변수
이번 주말 협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양측은 당분간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대표단의 일정 취소가 공개적으로 이뤄진 만큼, 협상 당사자 간 신뢰 형성과 제안의 ‘검증’ 속도는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가 전화 통화를 통한 대화를 언급했지만, 이란이 직접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한 협상 방식은 제한될 수 있다.
앞으로는 두 가지가 관전 포인트다. 첫째,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특히 핵 관련 조항 등)이 어떤 문서 형태로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이란이 이에 대해 어떤 수정안이나 대안을 제시할지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해상 압박이 협상 일정과 어떻게 연동되는지다. 종전 논의가 지연될 경우, 역으로 압박의 강도가 올라가 협상 여지를 재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협상이 ‘진전’이든 ‘정체’든 다음 대응이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 국면인 만큼, 양측이 중재국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어떤 절차를 재가동할지, 그리고 트럼프의 말처럼 ‘대화의 문’이 실제로 열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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