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미국 기술기업 제재를 겨냥해 무역 조사를 예고했다. 최근 유럽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직후 나온 발언으로, 디지털 시장 규제가 통상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는 분위기다.
BBC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보유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EU가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을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 메타, 아마존 등도 유럽 규제 당국의 조사와 제재 대상이 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과징금 철회와 추가 대응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이번 사안의 직접적인 배경은 유럽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부과한 8억9천만 유로 규모의 과징금이다. 유럽 당국은 구글이 자사 서비스에 유리한 방식으로 시장을 운영해 경쟁사를 배제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구글 측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도 최근 결정이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시했다.
디지털 규제에서 통상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301조 조사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외국의 관행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이 절차가 실제로 개시되면 EU의 플랫폼 규제는 경쟁정책 차원을 넘어 미국과 유럽 사이의 통상 현안으로 다뤄질 수 있다. 특히 관세 부과 가능성이 함께 언급된 만큼, 기업 규제 문제가 수출입 비용과 무역 협상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유럽은 최근 몇 년간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자사 우대, 데이터 활용, 앱 장터 운영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봐 왔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유럽의 제재가 사실상 미국 기업을 겨냥한 산업 정책이라는 반발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발언은 이런 불만이 행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EU 입장에서는 디지털시장법과 경쟁법 집행이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럽 규제 당국은 플랫폼 기업이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보고, 기존 경쟁법만으로는 대응이 늦다는 판단 아래 별도의 디지털 규제를 강화해 왔다.
기업에는 규제 불확실성 확대
빅테크 기업들은 양측의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규제 대응과 사업 전략을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서비스 노출 방식, 앱 생태계, 광고 기술, 결제 정책 등을 바꿔야 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 보호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이 하나의 서비스 구조를 세계 시장에 적용하던 방식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소비자와 중소 경쟁사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강한 규제가 시행되면 대형 플랫폼의 독점적 관행을 줄이고 새로운 서비스의 진입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관세나 보복 조치로 이어지면 기업 비용이 늘고, 그 부담이 서비스 가격이나 투자 축소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미국이 실제로 301조 조사를 공식화하는지, EU가 구글 과징금과 다른 빅테크 사건에서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지다. 양측 모두 디지털 주권과 산업 경쟁력을 핵심 이슈로 보고 있어 단기간에 갈등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번 충돌은 플랫폼 규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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