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탈모 치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탈모 치료용 전문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건보)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등을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탈모치료제 공급액은 해마다 늘어 2025년에는 약 2,500억 원대에 진입했으며,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건보 재정 부담은 본인부담률에 따라 연 1,284억~1,797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7월 4일 국민 참여 토론회를 열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탈모 치료제 공급액 ‘급증’…2025년 2,500억 원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조국혁신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탈모 치료 관련 의약품 공급 현황’ 및 ‘탈모증 환자 및 상세 청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액은 2022년 2,164억2,582만 원에서 2025년 2,568억3,331만 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2026년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져 4월까지 이미 864억5,930만 원어치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량도 동반 상승했다. 치료제 공급량은 2022년 2억9,573만6,309개에서 2025년 4억4,632만1,335개로 늘었고, 2026년 4월 기준으로도 1억5,727만1,177개가 공급됐다.
환자 수는 ‘수십만 명’…진료비도 매년 증가
탈모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규모 역시 ‘수십만 명’ 단위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양상이다. 탈모증 상세 청구 현황을 보면 탈모증 진료인원은 2022년 25만573명, 2023년 24만7,382명, 2024년 24만1,217명, 2025년 23만7명으로 매년 23만~25만 명 사이를 기록했다. 다만 2026년은 4월까지 11만5,028명이 병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2025년 기준 남성이 13만4,155명으로 여성 10만2,854명보다 많았으나, 여성 비중이 전체의 약 43.4%로 나타나 탈모가 특정 성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다. 연령대별로는 20~40대 수요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2025년에는 40대가 5만3,48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만712명, 50대 4만6,539명, 20대 3만5,803명 순이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비용도 증가 흐름이다. 탈모증 총진료비는 2022년 366억9,794만 원에서 2025년 392억7,527만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약국 처방 등은 제외하고 병원 진찰료·검사비 등 순수 병원 진료비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약값과 병원 진료비를 합친 전체 치료비는 연간 2,9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급여화 시 건보 재정 부담…찬반 논쟁 팽팽
이 같은 비용 증가와 함께 탈모 치료약의 건보 적용 필요성이 제기되며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주문한 뒤 사회적 관심이 급증했다.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건보 재정 부담은 본인부담률 설정에 따라 달라진다.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2025년 전문의약품 공급액 기준으로 본인부담률이 30%라면 건보 부담은 약 1,797억 원, 50%라면 1,284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즉, ‘지원 범위’와 ‘환자 본인 부담’의 조합에 따라 재정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찬성 측은 탈모가 단순 미용을 넘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우울감이나 대인기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취업·결혼 등 사회 활동이 활발한 청년층에게 탈모 치료는 미용이 아니라 사회적 복귀와 직결된 문제일 수 있어, 비급여로 남아 있는 치료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가 암·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제한된 재정 속에서 노화·유전성 탈모까지 포괄하면, 정작 중증 환자에게 돌아갈 지원이 줄어들거나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면 확대 대신 ‘선별 지원’과 시범사업…7월 토론회 개최
갈등이 심화되자 정부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면 시행’과 ‘전면 배제’ 사이의 절충안도 거론된다. 대표적으로는 청년층 가운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선별해 지원하거나, 일정 연령대·조건을 지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재정 영향과 국민 만족도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선별적 급여화 혹은 단계적 도입을 통해 재정 부담을 통제하면서도 사회적 요구를 흡수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와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만큼,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직접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양 부처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차 모두의 토론회’는 7월 4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다. 토론회에서 학습자료와 전문가 발표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물은 향후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관련 고시 개정 등 실제 제도 개선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What’s Next: 정책 방향의 분기점…본인부담률·대상 선정이 관건
이번 토론회는 탈모약 급여화 논쟁을 ‘찬반 구도’에서 ‘정책 설계’ 단계로 이동시키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재정 부담을 좌우하는 본인부담률과 실제 급여 대상이 되는 범위(연령·소득·질환 양상 등) 설정에 따라 정책의 효과와 반발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보건복지부는 토론회 결과를 반영해 제도 개선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면 급여화로 갈지, 선별 지원·시범사업으로 방향을 틀지, 또는 조건부 도입을 택할지 여부가 의료 현장과 환자 부담,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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