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올해 상반기 자동차 소비가 뚜렷하게 꺾였다. 중국 국가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자동차류 소매 판매액은 1조9천700억위안, 우리 돈 약 419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줄었다. 소비재 주요 품목 가운데 감소 폭이 특히 컸다는 점에서, 자동차가 중국 내수 회복의 약한 고리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 부진은 월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는 6월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이 162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승용차 판매는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단순한 계절 요인보다 소비 여력과 정책 변화가 함께 작용한 구조적 둔화에 가깝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조금 축소와 세제 변화가 소비심리 압박
중국 자동차 시장의 둔화 배경으로는 보조금 축소와 세제 혜택 조정이 꼽힌다. 중국 당국은 노후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꾸도록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조정했고, 이 과정에서 판매가격이 낮은 차종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에너지차 구매세도 전액 면제에서 5% 세율 부과로 바뀌면서 소비자의 체감 부담이 커졌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이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하면 전체 시장은 빠르게 위축된다. 추이둥수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사무총장은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는 더 고급 모델로 갈아탈 수 있지만, 가처분소득이 낮은 소비자는 자동차를 아예 사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동차 소비가 전체 소매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자동차 소비 비중이 통상 10% 수준에서 7.9%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자동차는 철강, 배터리, 전자부품, 금융, 보험 등 여러 산업과 연결돼 있어 판매 부진의 파급력이 크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사와 판매망, 지역 고용에도 부담이 쌓일 수 있다.
내수 부진을 수출로 메우는 중국 업체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의 약세를 수출 확대로 만회하려 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509만6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3% 늘었다. 신에너지차 수출은 235만5천대로 122.2% 급증했다. 내수에서 팔리지 않은 생산 능력이 해외 시장으로 향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출 확대가 곧바로 무역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시장은 중국산 전기차와 신에너지차의 가격 경쟁력을 보조금과 과잉 생산의 결과로 보고 경계해 왔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경쟁을 앞세워 해외 점유율을 넓히면 현지 제조사와 노동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관세나 규제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가격 경쟁은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규모 이상 자동차 제조업체의 올해 상반기 이윤은 19.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량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단기적으로 재고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과 품질 개선에 투입할 재원을 압박한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배터리 비용과 소프트웨어 경쟁까지 맞물려 수익 구조가 쉽게 악화될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유럽 자동차 일자리가 크게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포르쉐와 BMW 등 주요 업체는 감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 업체의 수출 공세가 계속되면 유럽 제조사들은 가격 인하, 생산 재편, 보호 조치 요구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 통계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를 이어갈 만큼 소득과 신뢰가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해외 판매로 돌파구를 찾을수록,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 각국 산업정책과 통상 질서가 충돌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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