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사흘째 멈춘 가운데, 이란 외무부가 미국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란은 중재국들이 제안한 휴전과 대화 복귀 논의가 있더라도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7일 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는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중재국이 제안한 방안을 언급하면서도, 이란의 의사결정은 미국의 우려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국익에 따라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대화 여지 언급한 미국, 거부감 드러낸 이란
미국 측은 최근 이란을 겨냥한 일일 공습 중단을 지시한 뒤에도 추가 공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미국 정부가 해당 지역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입했다며 전투 준비 태세를 강조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위한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전쟁과 평화의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하겠다는 표현으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이 스스로 만든 수렁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미국과의 직접 협상 재개가 현재 의제에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번 발언은 군사적 긴장이 일시적으로 멈췄더라도 외교적 돌파구가 곧바로 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충돌이 중단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재국의 역할은 커질 수 있지만, 당사자인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부인하면 협상 형식과 의제 설정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문제는 오만과 별도 논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에 대해서는 연안국인 오만과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 협상이 미국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해협 폐쇄의 근본 원인을 미국의 공격적 행동과 역내 불안정 조성으로 돌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에너지 수송과 국제 해상 물류에서 민감한 지점이다. 이란이 해협 통제와 봉쇄 상태를 언급한 만큼, 항행 안전 문제는 역내 국가뿐 아니라 원유 수입국과 해운 업계에도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만과의 논의가 실제 통항 안정 장치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이란은 주변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냈다. 바가이 대변인은 쿠웨이트가 대이란 군사작전 참여를 부인했지만 미국이 쿠웨이트 내 군사 기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미국에 영토를 제공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이란은 프랑스 외교관 2명이 시민사회 소통을 명분으로 내정에 간섭했다며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카스피해에서 이란 선박을 공격한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비난하고, 그 결과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이날 브리핑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거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논의의 지역화, 서방과 주변국에 대한 동시 압박이라는 세 갈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충돌 중단이 외교 재개로 이어질지는 중재국의 조율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 양측이 군사적 압박과 협상 조건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