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이 짓는 주택을 사전에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신축매입약정 사업의 지원 방식을 대폭 손본다. 핵심은 사업자가 초기에 떠안는 토지비와 공사비 부담을 줄이고, 공사비 검증 등 행정 절차 때문에 착공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는 데 있다.
LH는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 맞춰 신축매입약정 사업의 자금 지원 체계와 업무 절차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하면 LH가 준공 뒤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도심 안에서 비교적 빠르게 공공 임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초기 자금 조달과 공사비 정산 부담이 민간 참여를 제약해 왔다.
토지비 지원 늘리고 초기 사업비 보증 신설
가장 먼저 바뀌는 부분은 토지확보지원금이다. 수도권 일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의 경우 기존에는 토지비의 최대 70%까지 지원됐지만, 앞으로는 최대 80%까지 확대된다. 기본 지원 비율은 60%이고, 도면 협의와 매입약정을 조기에 마치는 사업자는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비수도권 사업에도 별도 인센티브가 생긴다. 그동안 수도권과 달리 추가 혜택이 크지 않았던 지역 사업에 대해 토지비의 최대 5%를 더 지원하는 방식이다. LH는 조기 약정 조건을 충족한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약정 해제 위약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초기 사업비 조달을 돕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상품도 새로 마련된다. 사업자는 이 보증을 활용해 토지 잔금, 설계, 인허가 등 착공 전 단계에서 필요한 비용 일부를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증 한도와 적용 조건은 향후 공고와 상품 세부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공사비는 공정률 따라 3개월마다 지급
착공 이후 대금 지급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골조공사 완료, 준공, 최종 품질점검 등 주요 단계별로 매입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준공 전까지 매입대금의 90%를 실제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나눠 지급한다. 이미 지급된 토지비와 사업비는 공제된다.
이 조치는 사업자가 골조공사를 마칠 때까지 공사비를 먼저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건설 비용과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면 프로젝트파이낸싱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다만 공사대금 선지급은 품질 관리와 채권 회수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LH는 감리자 확인서 등을 통해 공정률을 검증하고, 품질 점검 결과를 대금 지급과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탁재산에 우선수익권을 설정하는 방식도 검토된다.
공사비 검증 전 착공 허용
공사비 연동형 방식으로 약정한 사업에는 신속 착공 제도가 도입된다. 공사비 검증이 끝나기 전이라도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착공 시기를 최대 5개월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착공 이후 6개월 안에 공사비 산정과 변경 약정을 마치면 매매예정금액의 5%를 우선 지급하고, 매입약정금 지급 비율도 기존보다 높인다.

약정 체결에 필요한 도면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중간설계 수준의 기본도면이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기본설계 수준의 계획도면만으로도 약정 체결이 가능하도록 바뀐다. 사업자가 인허가와 설계 단계를 거치며 부담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취지다.
LH는 전체 가구를 모두 매각해야 했던 기준도 조정한다. 앞으로는 일정 비율과 지역별 최소 매입 호수 기준을 충족하면 일부 가구만 LH에 매각하고 나머지는 일반분양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구조를 더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공급 확대 효과는 집행 속도에 달려
정부는 향후 2년간 수도권 신축매입 목표를 기존 5만1000호에서 6만2000호로 높였다. 수도권 규제지역 목표도 크게 늘어났다. 이번 개편은 이 물량을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현장에서 자금 지원과 보증, 공정률 검증이 얼마나 지연 없이 작동하느냐다. 지원 비율이 높아져도 보증 심사나 공사비 검증, 품질 점검 절차가 다시 병목이 되면 공급 속도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행정 처리와 금융 지원이 맞물리면 도심 내 매입임대 공급을 앞당기는 효과가 날 수 있다.
이번 개선안은 변경 공고 이후 신규 접수 사업뿐 아니라 2026년 매입공고에 따라 이미 접수된 사업에도 소급 적용될 예정이다. LH는 본사 통합 매입공고를 시작으로 지역별 세부 공고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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