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해외 형사사법 제도 해석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쟁점은 독일과 일본의 검사가 실제로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그 사례를 한국의 제도 개편 논의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다.
법조계에서는 독일과 일본 모두 법률상 검사에게 수사권이 존재하고, 실무에서도 수사 지휘나 보완 수사가 이뤄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독일과 일본에서는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과 배치된다. 다만 해외 제도를 단순히 권한 보유 여부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독일은 수사 주재와 경찰 지휘가 핵심
독일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수사를 직접 수행하거나 경찰기관과 경찰직 공무원이 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검사의 의뢰나 지시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이 구조만 보면 독일 검사는 수사권과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모두 가진 셈이다.
다만 독일 검찰청에는 한국처럼 대규모 수사관 조직이 붙어 있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검사가 수사를 주재하되 실제 현장 수사는 경찰 조직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독일 사례는 검사에게 권한이 없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지만, 동시에 한국식 직접수사 조직을 정당화하는 단순한 비교 자료로 쓰기도 어렵다.

검찰 측은 독일에서 검사가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조사, 영장 청구에 관여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독일이 유죄협상제와 사법협조자 감면 규정을 두고 있어 검사 재량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권한이 경찰 통제와 법률 판단 중심으로 운영되는지, 독자적 수사 조직을 통한 직접 수사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은 법률상 직접 수사권과 실무 관행이 공존
일본 형사소송법도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사무관이 검사실에 배치돼 조사 업무를 보조하는 구조도 있다. 특별수사부를 중심으로 인지수사가 이뤄지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모든 사건에서 검사가 광범위하게 직접 수사를 하는 방식은 아니다. 관행상 특별수사부 외 부서는 직접 인지 수사를 자제하는 흐름이 있고, 신병 송치 이후 짧은 구속 기간 안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보완 수사가 중요한 기능으로 거론된다.
일본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검찰로 신병을 넘겨야 하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사가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직접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여지가 생긴다. 국내 논쟁에서 일본 사례가 자주 소환되는 이유다.
국내 논쟁의 핵심은 권한의 유무보다 설계 방식
이번 논쟁은 더불어민주당 내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비판을 계기로 다시 불붙었다. 예외적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를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 측은 검찰 직접수사 확대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사례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국내 제도 설계의 답을 그대로 제공하지는 않는다. 독일과 일본 모두 역사적 배경, 경찰과 검찰의 조직 구조, 신병 처리 절차, 법원의 통제 방식이 한국과 다르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을 유지할지 폐지할지는 단순한 국가 비교가 아니라 권한 남용 방지 장치와 수사 공백 가능성을 함께 따져 결정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검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떤 통제를 받으며 할 수 있는지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도 경찰 수사의 완결성, 피해자 권리 보호, 기소 판단의 정확성, 권력기관 견제라는 네 요소를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공방이 해외 제도 인용 경쟁에 머물 경우 제도 개선 논의는 쉽게 소모전이 된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독일·일본 사례의 일부 문장보다 국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지연, 부실수사, 권한 남용 문제를 줄이는 구체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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