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가 포르투갈에 약 30억 유로, 우리 돈으로 5조원 규모의 호위함을 수출하기로 했다. 유럽 각국이 안보 불확실성에 대응해 국방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이번 계약은 역내 방위산업 협력과 해군 전력 보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0일 포르투갈이 이탈리아 국영 조선업체 핀칸티에리가 건조한 호위함 3척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표는 로마에서 루이스 몬테네그루 포르투갈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연설 형식으로 이뤄졌다. 멜로니 총리는 포르투갈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탈리아 산업 역량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핀칸티에리 중심의 다목적 군함 계약
이번에 포르투갈이 구매하기로 한 호위함은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나발그룹이 공동 설계한 다목적 군함으로 알려졌다. 호위함은 대잠, 대공, 해상 감시, 호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중견 해군 전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노후 전력 교체와 해상 작전 능력 강화가 맞물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이번 계약을 단순한 무기 수출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이 자국 기업의 산업과 기술 역량에 투자할 때 전략적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유럽 안보 논의와 맞닿아 있는 발언이다.

러시아 위협 이후 커진 유럽 방산 수요
유럽의 국방비 증액 흐름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장기화되면서 더 뚜렷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방위비 부담 확대 압박을 받고 있고, 각국 정부는 탄약, 방공, 함정, 장갑차 등 핵심 전력 보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상 안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서양과 지중해, 북해를 잇는 해상 교통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국가들에게 호위함 전력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포르투갈은 대서양에 넓게 열려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본토뿐 아니라 아조레스와 마데이라 제도까지 고려하면 해양 감시와 초계, 연합 작전 능력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이다. 새 호위함 도입은 이런 해상 책임 구역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장기 투자의 성격을 띤다.
유럽 조선업에도 긍정적 신호
이번 계약은 핀칸티에리 같은 유럽 조선업체에도 의미 있는 수주다. 군함 건조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설계와 전자장비, 무장 체계, 정비 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단기 매출뿐 아니라 장기간 유지보수와 후속 개량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나발그룹과의 공동 설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럽 방산은 각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통합이 쉽지 않지만,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공동 개발과 상호 구매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공동 설계와 역내 구매가 반복되면 기술 표준과 운용 체계가 가까워지고, 연합 작전에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방위산업 협력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예산 사정, 자국 산업 보호, 납기 관리, 장비 사양 조율이 모두 변수다. 포르투갈의 이번 구매 결정도 실제 인도 일정과 훈련, 정비 체계 구축까지 이어져야 실질적인 전력 강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유럽 국가들이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내부 산업 기반을 활용하려는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는 수출 성과를 통해 조선 방산 경쟁력을 부각했고, 포르투갈은 해군 현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논의가 구호를 넘어 구체적인 장비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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