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틸만 퍼티타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가 개인 소유의 초호화 요트를 타고 이탈리아 해안 도시들을 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외교 방식과 공공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측은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다지는 해안 외교라고 설명하지만, 이탈리아 안팎에서는 사적 자산을 앞세운 행사에 국가 경호 자원이 동원되는 구조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퍼티타 대사는 지난달부터 자신이 소유한 슈퍼요트 보드워크호를 이용해 팔레르모, 베네치아, 제노바 등 10여 개 해안 도시를 순회했다. 보드워크호는 수영장과 미니 골프 코스 등을 갖춘 대형 선박으로 알려졌으며, 보도에서는 그 가치가 4억5천만 달러 수준으로 언급됐다. 퍼티타 대사는 이 요트에 정치권 인사와 기업인, 군 관계자 등을 초청해 만남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부담 행사와 공적 경호의 경계
로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퍼티타 대사가 이번 순회 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할 예정이며, 이탈리아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 사절이 주재국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지역사회와 기업 관계자를 만나는 일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다. 다만 이번 사례는 방문 수단과 장소가 대사의 개인 초호화 요트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공관 행사와 다른 인상을 남겼다.
논란의 핵심은 행사의 성격보다 경호 부담에 있다. 외국 대사의 안전은 주재국이 보장해야 하는 의무에 속한다. 이탈리아 당국도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필요하면 특별 경호 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요트가 여러 해안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해안경비대 선박과 헬리콥터 등이 동원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적 행보에 공적 비용이 따라붙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의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녹색좌파연합 소속 루아나 자넬라 의원은 퍼티타 대사의 순회를 재정 압박을 받는 이탈리아에 비용을 떠넘기는 외교적 휴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경호 비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비용 규모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외교관 보호 의무와 행사 방식의 적정성은 별개의 질문으로 남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서 드러난 현지 반발
퍼티타 대사의 요트가 베네치아에 도착하자 현지 주민과 활동가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베네치아는 이미 대형 선박, 관광 과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주민 생활과 도시 보존 사이의 갈등이 누적된 지역이다. 이런 맥락에서 초호화 요트가 외교 행사의 상징처럼 등장한 것은 시민들에게 더 큰 위화감을 줬다.
현지 활동가들은 이번 방식이 외교라기보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이 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퍼티타 대사가 직업외교관이 아니라 외식, 호텔, 카지노 사업을 해온 억만장자 기업인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기업인, 고액 기부자,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을 주요 대사직에 기용해왔고, 이번 사건은 그런 인선 방식에 대한 비판과도 연결되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관계의 미묘한 흐름도 이번 논란을 단순한 의전 문제로만 보기 어렵게 만든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한때 유럽 내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동맹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국제 현안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긴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퍼티타 대사가 양국 정부 사이에서 중요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현지 여론이 초호화 요트 외교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별개의 변수다.

상징이 된 외교 무대
이번 논란은 외교 활동에서 상징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만남이라도 대사관, 지방 정부 청사, 산업 현장이 아니라 개인 소유 슈퍼요트에서 이뤄질 때 대중이 받아들이는 의미는 달라진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과 공공 재정 문제가 민감한 시기에는 행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뿐 아니라, 그 행사가 어떤 권력 이미지를 드러내는지도 정치적 쟁점이 된다.
퍼티타 대사의 해안 순회가 실제 외교 성과를 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제기된 반발은 트럼프 2기 외교의 스타일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 사적 부와 공적 직무가 만나는 장면이 외교적 친밀감으로 읽힐지, 아니면 특권의 과시로 읽힐지는 앞으로도 양국 관계와 현지 여론의 중요한 관찰 지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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