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홍해 주변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후티 측은 이번 조치가 사우디의 항만·공항 봉쇄와 최근 사나 공항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발언 자체만으로도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 운항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20일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우디를 향한 해상 봉쇄가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그는 ‘봉쇄에는 봉쇄로 맞서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사우디가 추가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더 강한 확전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후티는 앞서 사우디가 자신들이 장악한 사나 공항을 타격했다고 비난했고, 사우디 내 공항 공격과 휴전 종료를 선언한 바 있다.
구체적 봉쇄 방식은 불분명
다만 이번 발표에서 후티가 어떤 선박을 어떤 기준으로 겨냥할지, 실제 봉쇄를 해상 공격·나포·위협 항행 중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행동 그 자체보다 보험료, 선사 운항 판단, 항로 변경 가능성이 먼저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홍해 주변을 통과하는 선박은 이미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후티의 공격 위험을 경험했고, 주요 선사들은 당시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선택을 했다.
후티의 위협이 다시 현실화하면 가장 민감한 지점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다. 이 해협은 홍해 남단과 아덴만을 잇는 좁은 통로로,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아시아 해상 교역의 입구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위험이 커지면 선박은 더 긴 항로를 택해야 하고, 운항 기간과 연료비가 늘어난다.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석유제품, 컨테이너 운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안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과도 맞물려 있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후티가 홍해 쪽 출구를 압박하면 호르무즈를 우회하려던 경로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에너지 우회로까지 흔드는 변수
사우디 입장에서 홍해 항로는 단순한 보조 루트가 아니다. 걸프 해역의 긴장이 높아질 때 원유 수출을 분산할 수 있는 전략적 통로다. 따라서 후티의 발표가 실제 봉쇄 작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장은 사우디 수출 인프라가 양쪽 해상 관문에서 동시에 압박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게 된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실제 공급 감소보다도 운송 리스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후티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 통항 선박을 공격해 왔다. 당시 공격 대상은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이라는 주장으로 시작됐지만, 실제 해상 위험은 국적과 화물 성격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번졌다. 이번에는 사우디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갈등의 초점이 가자 전쟁 연계 해상 공격에서 예멘 내전과 사우디-후티 대립으로 다시 이동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후티의 발표가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지, 사우디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촉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홍해 안보가 흔들릴 때마다 해상 호위와 다국적 대응 체계를 강화해 왔지만, 군사적 대응은 후티의 추가 공격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딜레마도 있다. 반대로 대응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선박 운항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언의 파장은 당장 선박 한 척의 운항 문제를 넘어선다. 홍해와 호르무즈가 동시에 불안해질 경우 중동 에너지 수출, 글로벌 물류비, 유럽·아시아 공급망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후티가 실제 봉쇄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했는지와 별개로, 해상 교역은 위험 인식만으로도 비용이 상승하는 구조다. 앞으로 며칠간 후티의 후속 행동, 사우디의 군사·외교 대응, 주요 선사의 항로 조정 여부가 긴장의 수준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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