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기본 틀을 정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연내 입법 완료를 목표로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크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으로 불린다. 투자자 보호를 넘어 발행, 유통, 사업자 인가, 스테이블코인 등 산업 전반의 규칙을 정하는 성격이 강하다. 제도화가 늦어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금융당국도 감독 체계를 명확히 설계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첫 쟁점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주도해 발행할지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발행 법인의 과반 지분을 갖는 이른바 50%+1주 구조를 선호한다. 고객 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지급결제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 중심 구조가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도 금융안정 관점에서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지지하는 흐름이다. 한은은 시중은행들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반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기관용 CBDC와 은행 예금토큰을 활용해 실제 지급결제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반면 업계와 일부 정치권은 핀테크와 정보기술 기업 등 비은행 사업자의 진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자산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은행 중심 구조만으로는 혁신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발행인의 자기자본 요건도 다양한 수준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도 난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민주당 태스크포스와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약 20%로 두고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신고제가 인가제로 바뀌면 사업자의 책임과 권한이 커지는 만큼 지배구조 규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거래소 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현재 주요 거래소 상당수가 대주주 지분 상한을 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규제가 도입되면 기존 주주의 재산권 침해와 경영권 불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일률적 지분 제한은 과도하다고 본다.
정치 일정도 입법 속도를 늦춘 요인으로 꼽힌다. 당정은 당초 통합안을 빠르게 확정하려 했지만, 국회 일정과 선거, 원구성 등의 변수로 협의가 미뤄졌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이후 정책위원회가 꾸려지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를 다시 가동하려는 분위기다.
9월 정기국회가 분수령
정부와 여당은 9월 정기국회를 법안 처리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쟁점이 금융안정, 산업 육성, 사업자 재산권, 이용자 보호를 동시에 건드리는 만큼 단기간 합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과 감독규정, 인가 기준, 준비 기간 등 하위 규정 정비가 이어져야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과 거래소 인가 기준은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어 세부 설계가 중요하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입법이 지연되면 국내 사업자와 투자자는 불확실성을 떠안게 되고, 지나치게 성급한 입법은 금융 리스크나 규제 공백을 남길 수 있다. 9월 국회 논의에서는 산업 육성과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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