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산불 피해를 겪은 경북 안동의 이재민 임시주택단지가 이번에는 폭우와 토사 유입으로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은 한밤중 불어난 물을 피해 대피했고,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자와 장비가 투입돼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오전 경북 안동시 일직면의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단지에는 폭우가 남긴 흔적이 뚜렷했다. 도로 일부가 유실되고 마을 초입 시설물이 무너졌으며, 임시주택 주변에는 진흙과 토사가 넓게 쌓였다. 일부 임시주택은 물살과 토사에 밀려 원래 위치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이 단지는 2025년 3월 경북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설치된 임시주택 10동이 있었지만, 이번 폭우로 일부가 크게 훼손됐다. 한 임시주택은 수십 미터가량 밀려 담벼락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박했던 대피와 복구
주민들은 밤사이 갑자기 밀려든 물에 놀라 대피했다. 물 때문에 출입문을 열기 어려워 창문을 통해 빠져나온 사례도 있었다. 구조대가 토사와 진흙 때문에 즉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은 비교적 높은 곳으로 이동해 서로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택 내부도 진흙탕으로 변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가재도구를 꺼내거나 바닥에 쌓인 토사를 걷어냈다. 고령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복구 작업에는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피해는 임시주택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존 주택의 담벼락이 무너지고 차량이 침수되는 등 마을 곳곳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복구 장비가 들어와 작업을 시작했지만, 유실된 도로와 토사 정리까지 고려하면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가 비 예보가 남긴 부담
경북도에 따르면 밤사이 폭우로 대피했다가 귀가한 주민도 있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서 머물고 있다. 안동 남선 지역에는 17일부터 19일 오전까지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의성군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40mm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경북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mm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미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는 추가 산사태와 도로 유실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피해는 임시주거 대책의 취약성도 함께 드러냈다. 재난 직후에는 빠르게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후에는 침수 가능성, 배수 시설, 접근 도로, 고령 주민 대피 동선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산불과 폭우처럼 서로 다른 재난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임시주택도 장기 거주를 전제로 한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
안동과 의성의 복구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추가 강우가 예보된 기간 동안 인명 피해를 막는 일이다. 피해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긴급 복구뿐 아니라 주거 안전 점검, 재난 취약지 재배치, 심리 회복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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