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 약국 매장, 의약품 판매] 기사 대표 이미지 - ‘창고형 약국’ 확산에 골목 약국 흔들…정부는 “현황 파악 깜깜이”](https://alzzaking.s3.ap-northeast-2.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26/06/23070109/gpt-image-1782165668632-768x512.jpg)
서울 용산구에서 일하는 김모(34) 씨는 최근 ‘창고형 약국’을 자주 찾는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처럼 넓은 매장에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소비자가 직접 고른 뒤 계산하는 방식이라, 밤늦은 시간에도 필요한 제품을 구하기 쉽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정작 정부는 전국 운영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은 해외 드러그스토어 운영 방식을 참고해 수백 평 규모로 매장을 구성하고 심야 영업·연중무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효능 좋은 비타민’이나 여드름 치료제 추천 정보가 공유될 정도로 소비자 관심도 커졌지만, 동네 소규모 약국에는 위협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은 약사법상 법적 정의가 없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정의’가 없는데, 시장은 커졌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첫 창고형 약국으로 알려진 ‘메가팩토리’가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연 뒤, 전국에서 50여 곳이 새로 허가받았다. 다만 실제 운영 중인 곳은 40여 곳으로 추정될 뿐이며,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 10월 “법적 정의가 없어 정확한 개설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법적 분류가 불명확하면 통계 체계에도 공백이 생긴다. 현행 집계 방식에서는 약국 규모별 매출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지 않아 ‘동네 약국’의 매출 감소 규모를 정밀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 사이 약국 시장은 대형화 흐름을 보였다. 매출 300억 원 이상 약국은 2021년 18곳에서 2024년 27곳으로 50% 증가했고, 이들의 매출 비중도 전체 약국 매출의 2.7%에서 3.7%로 확대됐다.
골목상권 ‘30~40% 급감’ 주장…엇갈린 시각
가장 큰 우려는 골목상권의 붕괴 가능성이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이 들어선 이후 인근 약국의 일반의약품 매출이 30~40%가량 급감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약사 81.6%가 현재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수치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측정됐는지는 논쟁 지점이다. 입법조사처는 통계 체계상 약국 규모별 매출액이 구분 집계되지 않아 실제 감소 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체감’은 강하지만 ‘공식 데이터’로는 정교하게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할 일은 ‘관리 체계’부터
김미애 의원은 “창고형 약국이 몇 곳이나 운영 중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며 “정부는 창고형 약국의 법적 개념부터 정립하고 지역 약국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 사례도 언급된다. 입법조사처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대형 약국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독립 약국이 2010~2021년 사이 38.9% 폐업한 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선 약국 네트워크(preferred pharmacy networks)’를 보고서에서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보험 가입자에게 특정 지역 약국을 우선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약값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지역 약국을 방어하는 모델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 편익(가격, 접근성, 긴 영업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무엇을 창고형으로 볼 것인지’ ‘어떤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 ‘시장 영향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개입할지’ 같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확장 속도만 앞서가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분류 기준과 지역 보호 장치
앞으로의 핵심은 ‘정의’와 ‘통계’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법적 개념이 먼저 정리돼야 허가·운영 현황이 파악되고, 시장 영향(매출, 인력, 지역 접근성 등)을 수치로 분석할 수 있다. 동시에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약국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훼손하지 않는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와 지역 약사, 소비자 모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당국이 어떤 관리 체계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창고형 약국의 범위 설정, 심야·대형 운영을 둘러싼 기준, 그리고 지역 약국 보호를 위한 유인책(또는 제한)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안은 의약품 유통 방식의 변화가 단순한 상업 트렌드를 넘어 공공 보건·지역 서비스 체계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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