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뉴브런즈윅 주의회에서 한 의원이 연설 도중 생성형 인공지능의 답변 안내문으로 보이는 문장을 그대로 읽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당초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공유되면서 공직자의 AI 활용 방식과 검토 책임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아스테크니카 보도에 따르면 뉴브런즈윅 주의회 진보보수당 소속 빌 올리버 의원은 지난달 연설에서 옹호 사무소 설치와 관련한 우려를 설명하던 중 문맥과 맞지 않는 표현을 이어 읽었다. 해당 문장은 더 자연스럽고 흐름 있는 입법 연설문으로 고친 버전이라는 취지의 안내문으로, 일반적으로 대형언어모델이 사용자의 요청에 답할 때 덧붙이는 문구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말실수보다 공적 발언이 어떤 절차로 준비되고 확인됐는지에 있다. 정치인이 보좌진이나 외부 자료의 도움을 받아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AI가 만든 초안이나 수정안을 사용할 경우, 사람이 최종 문맥과 사실관계를 검토했다는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이번 사례는 그 검토 단계가 충분했는지 의문을 남겼다.
AI 활용 자체보다 검토 부재가 문제
생성형 AI는 짧은 시간 안에 문장을 다듬고 구조를 제안할 수 있어 공공기관과 기업, 언론,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쓰이고 있다. 문제는 도구의 사용 여부가 아니라 결과물을 어떻게 확인하고 책임질 것인지다. AI가 제안한 설명문, 주석, 프롬프트 흔적이 최종 문서에 남아 있다면 작성 과정의 부주의가 드러날 뿐 아니라 발언 내용 전체의 신뢰도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장면이 뒤늦게 확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들은 공직자가 의회 발언을 통해 정책 판단과 입장을 밝힌다고 기대한다. 그런데 연설 중 AI 답변의 내부 안내문처럼 보이는 문장이 그대로 노출되면, 해당 발언이 의원 본인의 판단인지, 자동 생성 문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한 것인지 따져 묻게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률, 출판, 언론, 학술 분야에서 AI 사용이 드러나며 문제가 된 사례가 이어졌다. 일부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나 부정확한 정보를 인용해 제재를 받았고, 일부는 사람이 쓴 것처럼 제시한 글에서 AI 생성 흔적이 발견돼 신뢰 논란을 겪었다. 이번 캐나다 사례는 사실 오류보다도 검토되지 않은 작성 흔적이 공개 발언에 남았다는 점에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공개 기준과 책임 소재가 관건
정치권의 AI 활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연설문 초안, 질의서, 보도자료, 민원 답변 등 반복적인 문서 작업에서 AI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공직자의 언어는 정책 책임과 연결된다. 따라서 AI 사용 사실을 언제 공개할지, 최종 검토자는 누구인지, 사실 확인과 표현 검수 절차를 어떻게 남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생성형 AI가 일상 업무에 들어온 뒤 생기는 새로운 평판 리스크를 보여준다. 도구를 쓰는 것만으로 비판받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지만, 도구가 만든 흔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공적 기록에 남기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공공 영역에서 AI를 쓰려면 효율성만큼이나 투명성, 책임성, 검토 절차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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