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대공 방어 시스템 SAMP-T 신형이 덴마크에 첫 해외 수출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랑스 방위·항공우주 기업 탈레스와 유럽 미사일 제조사 MBDA는 현지시간 21일 덴마크와 SAMP-T 신형 판매 계약을 최종 체결하고 선급금을 받았다. 2028년부터 덴마크에 인도될 예정이며, 계약 규모와 금액 등 세부 내용은 덴마크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덴마크의 ‘첫 선택’이 된 SAMP-T 신형
SAMP-T 신형은 탈레스와 MBDA가 함께 만든 합작체 유로샘(Eurosam)의 제품으로, 이동식 지대공 방어 체계다. 탈레스 지상·항공 시스템 부문 에르베 다만 부사장은 이번 덴마크 계약에 대해 “덴마크 당국의 신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SAMP-T 신형이 덴마크 영공 보호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의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다층 방어’에 가까운 구성과 요격 성능이다. 보도에 따르면 신형 SAMP-T는 24~48기의 아스터(ASTER) 미사일 포대, 지상용 탐지·식별 레이더인 ‘그라운드 파이어(ground fire)’, 그리고 레이더 데이터를 분석해 발사대를 가동·발사를 지휘하는 지휘통제센터로 이뤄진다. 탈레스는 그라운드 파이어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최대 400km이며, 전방위(360도)와 최대 90도 고도까지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표적 요격 사거리는 150km로 제시됐다.
우크라이나 배치가 ‘구형의 한계’를 뒤집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장비 수출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르 피가로(Le Figaro)에 따르면 SAMP-T 초기 버전은 해외에서 구매처를 찾지 못했다. 미국의 패트리엇(Patriot) 방공 체계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2023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SAMP-T가 러시아 미사일을 상대로 성능을 입증하면서, 후속으로 성능을 개선한 ‘신형’이 개발됐다.
신형 SAMP-T는 구형이 대응하도록 설계된 전투기·드론·단거리 탄도미사일·저고도 순항미사일에 더해,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기동형 극초음속 표적까지 파괴하도록 설계됐다고 소개됐다. 즉, 유럽이 직면한 위협—탄도·극초음속·저고도 침투 표적—에 더 밀착한 업그레이드가 상용화 단계로 옮겨갔다는 의미다.
‘패트리엇 대체’ 구도 속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
탈레스는 이번 수출 계약을 두고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탈레스 CFO는 “신형은 특히 패트리엇과 비교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 분야에서 이 같은 직접 비교는 통상적으로 ‘기술 우위’뿐 아니라 ‘구매 논리’를 겨냥한다. 가격·운용비·부품 공급망·훈련 체계 같은 현실 변수 속에서, 성능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됐는지가 선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10여 개 유럽 국가가 SAMP-T 신형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는 올해 신형 1대를 도입해 탄도미사일 방어 성능을 추가로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덴마크 계약이 후발 고객의 구매 검토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천궁-Ⅱ’와의 맞대결 가능성도 거론
이번 계약은 한국 방산 시장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르 피가로는 탈레스가 중동 분쟁 상황에서 성능을 입증한 체계를 내세워 추가 고객 유치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의 방공 시스템 ‘천궁-Ⅱ’와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 방산 거래에서는 단일 제품의 스펙 경쟁만큼이나 “어떤 위협을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막았는지”가 구매 판단의 중심이 되는데, 유럽형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판매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업체에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우선 2028년 인도까지의 절차가 주목된다. 덴마크가 계약을 어떤 범위(미사일, 레이더, 지휘통제, 운용·정비 체계 등)로 확대하는지, 그리고 NATO 연동을 위한 기술·훈련 패키지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후속 구매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 덴마크의 선택이 ‘이동식 지대공 방어’ 전력 구상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도 관찰 포인트다.
이와 함께, SAMP-T 신형이 유럽 내 다른 수요국에서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지—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추가 시험 결과가 성능 홍보(요격 범위·표적 유형별 성공률 등)로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도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다. 방공 체계는 단기간에 체험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이번 덴마크 계약은 유럽 방공 공급망이 ‘전장 입증’을 기반으로 해외 수출을 재가동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