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빠르게 강화되면서 주택 매매 잔금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관리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은 자체적으로 더 낮은 기준을 적용했고, 카드사들도 장기카드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 임박한 차주에게는 며칠 사이에 조달 가능 금액이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결혼이나 이사를 앞두고 이미 매매 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의 부담이 크다. 기사에 소개된 한 30대 직장인은 경기 광명시 신혼집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상담을 예약했지만, 은행의 접수 한도가 차면서 일정이 밀렸다. 이후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줄어든다는 안내를 받고 예비 배우자와 함께 급히 은행 창구를 찾았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대출로 충당할 수 있었던 금액 일부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별 총량 관리가 상담 현장까지 영향
KB국민은행은 7월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3억 원으로 낮췄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제시한 수도권 및 규제지역 한도보다 더 엄격한 내부 기준을 둔 셈이다. 지방 주택담보대출에도 같은 한도를 적용하면서, 지역과 무관하게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제한하거나 중단하며 월별 실행 물량을 관리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좁히는 배경에는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 관리 부담이 있다.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7월 9일 기준 648조3607억 원으로 집계됐고, 지난해 말보다 3조3907억 원 늘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 목표치 4조3400억 원의 약 8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올해 2분기 들어 더 뚜렷해졌다.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개인 투자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5월과 6월에 각각 9조 원 안팎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6월 중순부터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고 목표치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취급 속도를 낮추거나 접수 방식을 조정할 유인이 커진다.
카드론까지 조여지는 자금 조달 통로
은행 대출이 막히면 차주가 카드론 등 다른 금융권 대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 잔액과 신규 취급 규모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다. 카드업계에서는 잔액 관리와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차주의 상환 능력을 다시 반영해 한도를 낮추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점수 변화가 없는데도 카드론 한도가 크게 줄었다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문제는 규제의 방향이 예고됐더라도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점과 방식이 매우 촉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매수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이미 납부한 뒤 잔금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은행별 접수 한도나 내부 정책이 갑자기 바뀌면 다른 은행을 찾거나 추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혼부부, 이직자, 자영업자처럼 소득 증빙과 현금흐름이 복잡한 차주는 더 큰 불확실성에 놓인다.
전문가들은 대출 실행 예정일이 가까운 차주일수록 은행별 접수 가능 여부와 한도, 금리, 필요 서류를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청이 막힌 은행이라도 영업점 접수 방식은 다를 수 있고, 실행 월에 따라 접수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카드론이나 신용대출로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단기 처방으로만 보기 어렵다.

가계부채 관리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 불가피한 과제지만, 이미 거래를 진행 중인 실수요자에게는 정책 변화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금융회사들이 총량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상담 일정, 접수 마감, 실행 가능 금액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으면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당분간 주택담보대출과 카드론 시장은 당국 점검과 금융회사별 한도 관리에 따라 빠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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