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 반 동안 수사정보 유출로 적발된 경찰관이 9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사정보 유출로 징계나 형사입건 대상이 된 경찰관이 이같이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44명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파면·해임도 12명, 올해 상반기만 17명
자료에 따르면 적발된 93명 가운데 5명은 파면, 7명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연도별 적발 인원은 2024년 12명, 지난해 13명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6월까지 이미 17명으로 집계됐다. 단순한 일회성 비위가 아니라 수사기관 내부의 정보 접근과 관리 체계가 반복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수사정보 유출은 피의자나 관련자에게 수사 방향, 압수수색 여부, 체포 가능성, 수배 상태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외부로 흘러가면 증거 인멸, 도주, 참고인 회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 보호와 사건 실체 규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일반적인 공직 기강 문제보다 파장이 크다.
보도에 언급된 사례 중에는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에게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 정황도 있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경찰이 경찰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한 사례가 7건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같은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정보 조회와 전달은 외부 청탁보다 발견이 어렵고, 직무상 필요한 확인과 부적절한 정보 탐색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난도가 높다.

드러난 숫자보다 숨은 사례가 문제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쟁점은 적발 건수가 실제 발생 규모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정보 유출은 당사자 간 은밀하게 이뤄지고,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실 수사 의혹이나 외부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유출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내부통제는 사후 징계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수사 시스템 접근 권한을 업무 필요에 맞게 세분화하고, 민감 사건 조회 이력을 자동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특정 사건을 반복 조회하거나 담당자가 아닌 직원이 검색한 기록, 외부 연락 이후 조회가 이뤄진 패턴 등을 감찰 부서가 신속히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 조직문화도 함께 다뤄야 한다. 수사정보는 개인적 친분이나 조직 내 부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 형사절차의 공정성을 지탱하는 공적 자산이다. ‘잠깐 확인해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면 아무리 전산 통제가 강화돼도 우회적 유출 가능성은 줄어들기 어렵다.
신뢰 회복은 투명한 관리에서 출발
경찰은 강제수사와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그 권한은 수사 대상자뿐 아니라 피해자와 참고인의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한다. 정보 유출이 반복되면 개별 사건의 신뢰가 무너질 뿐 아니라 경찰 수사 전반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이번 통계는 수사정보 관리가 단순한 내부 보안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법 집행의 전제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접근 기록 관리, 독립적 감찰, 신고자 보호, 반복 위반 부서에 대한 구조적 점검이 함께 이뤄질 때 수사기관의 신뢰 회복도 가능해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