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학업과 사회생활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계성 지능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들이 전체 인구의 약 10%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제도적 지원은 장애 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아 성인이 된 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복지교육센터는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 포레스트구구에서 복지큐레이션 WISH 토크 라운드를 열고 ‘AI 시대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경계성지능인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논의했다. 행사에는 사회복지 종사자와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해 변화하는 복지 환경과 현장의 지원 방안을 살폈다.
성인이 되면 드러나는 지원 공백
경계성 지능인은 일반적으로 지적장애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학습 속도나 상황 판단, 대인관계, 복잡한 행정 처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기에는 부모나 학교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성인이 되면 취업, 주거, 금융, 대인관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지원 공백이 더 뚜렷해진다.

이세형 신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학생 대상 질적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경계성 지능인이 성인기 이후 사회 적응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장애인 복지제도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주변에서도 어려움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취지다.
문제는 경계성 지능이 단순히 학업 성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취업 면접에서 요구되는 자기표현, 직장 내 지시 이해, 계약서와 공문 읽기, 공공서비스 신청 절차 등 일상적인 사회생활 전반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장애 범주 밖에 있다는 이유로 맞춤형 상담이나 직업 훈련, 생활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 사각지대는 반복된다.
사회복지사의 질문 역량이 중요
이번 토크 라운드에서는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함께 논의됐다. 이 교수는 AI 활용 능력 자체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사회복지 전문성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행정 처리와 정보 검색을 도울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실제로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파악하는 일은 여전히 현장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계성 지능인 지원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중요하다. 단순히 검사 결과나 진단명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당사자의 생활 문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막히는지, 가족이나 학교·직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지역사회에서 연결 가능한 자원은 무엇인지 세밀하게 묻고 조정해야 한다.

지역사회 차원의 맞춤형 지원체계도 필요하다. 성인기 경계성 지능인을 위한 상담, 직업 적응 훈련, 금전 관리 교육, 사회관계 지원, 공공서비스 신청 보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복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고용서비스가 따로 움직이면 당사자는 도움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길을 잃기 쉽다.
인식 개선이 제도 개선의 출발점
경계성 지능인 문제는 사회적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겉으로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이해를 얻기 어렵고, 반복된 실패가 낮은 자존감과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연결하려면 학교와 복지 현장뿐 아니라 직장과 지역사회에서도 기본적인 이해가 확산돼야 한다.
임지영 서울복지교육센터장은 좋은 실천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며, 변화하는 사회복지 환경 속에서 현장의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실천 역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계성 지능인 지원이 특정 프로그램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현장 역량과 제도 설계가 함께 움직여야 할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핵심은 사각지대에 머문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다. 경계성 지능인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도움에서 배제되기 쉽다. 성인기 지원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단 기준 중심의 접근을 넘어 실제 생활 어려움을 기준으로 한 맞춤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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