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대만 자이과학단지 확장 2기 부지 기공식을 열고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90헥타르 규모의 이 부지에는 TSMC의 최첨단 패키징 공장 3곳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웨이퍼 제조 이후의 패키징 역량이 반도체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첨단 패키징은 여러 반도체 칩을 고성능 시스템처럼 묶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 칩은 단일 공정 미세화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칩을 어떻게 연결하고 배치하느냐가 중요해졌다. TSMC가 자이 지역에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자이, 첨단 패키징 거점으로 부상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TSMC 주도로 첨단 패키징을 중심에 둔 산업 클러스터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클러스터에는 AI, 이종 패키징, 양자 기술 등 신흥 산업이 함께 도입될 전망이다. 자이과학단지는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를 모으는 거점으로 설계되고 있다.
1기 단지는 지난달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2기까지 전면 가동되면 연간 3천억 대만달러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9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이는 지방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대만 반도체 공급망의 지리적 확장을 뜻한다. 기존 신주, 중부, 남부 과학단지와 연결해 더 촘촘한 생산 회랑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대만 정부는 이를 ‘범 남부 신실리콘밸리 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북부 신주과학단지에 집중됐던 고급 반도체 역량을 남부로 넓히면 인력, 전력, 용수, 물류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동시에 지역별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고객의 AI 반도체 주문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AI 수요가 키운 투자 압력
TSMC의 대규모 투자 배경에는 AI 칩 수요가 있다. 대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향후 3년간 TSMC의 자본지출 총규모가 1천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자금은 2나노 이상 최첨단 공정, 해외 생산시설, CoWoS 같은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CoWoS는 고성능 AI 칩에 필요한 대표적 패키징 기술로 꼽힌다. AI 서버 시장이 커질수록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묶는 패키징 병목이 전체 공급량을 좌우한다. 팹에서 칩을 잘 만드는 것만큼, 완성도 높은 패키지로 빠르게 출하하는 능력이 고객사 확보에 중요해진 것이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고, 올해 신주와 가오슝 지역의 2나노 공장 5곳에서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공정과 후공정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만 반도체 산업은 AI 시대의 핵심 공급자로서 지위를 더 굳히려 하고 있다.
자이과학단지 2기 착공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미세공정만의 싸움에서 생산능력, 패키징, 지역 클러스터 전략이 결합된 경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TSMC의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대만은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층 더 높은 협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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