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갈등 종료 이후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가 1년 새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문의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인력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이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상급종합병원 의사 수는 1만354명으로, 지난해 1분기(7천34명)보다 3천320명 증가했다.
전공의 급증, 1만 명대 ‘돌파’
이번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공의의 대규모 복귀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수는 지난해 1분기 473명에서 올해 1분기 3천861명으로 716%(3천388명) 늘었다. 의정갈등 기간(202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갈등 종료 후 수련 병원으로 복귀한 결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수련 과정이 위축됐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컸던 만큼, 전공의 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병원의 인력 운영과 교육·수련 기능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전공의 증가가 곧바로 진료 질과 안정적 인력 구조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의는 19명 감소…진료과별로 엇갈려
전공의가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수는 소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전문의는 6천449명에서 6천430명으로 19명 줄었다. 전공의 복귀가 시작된 시점과 전문의 인력 이동의 양상이 다르거나, 전문의가 다른 진료 환경(상급 종합병원→종합병원·개원가 등)으로 옮겨간 결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의가 감소한 진료 과목은 주로 내과(1천621명→1천598명), 산부인과(200명→193명)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진료 과목들은 전문의 수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늘기도 해, 전문의 감소가 ‘전반적 하락’이라기보다 일부 분야에서의 변화로 해석된다.
“개원가 이동·중증 중심 구조 전환”…의료계 해석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문의 수가 줄어드는 흐름이 종합병원·개원가 등으로의 이동과 맞물려 나타난 것으로 본다. 또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진료 구조를 재정비하는 과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즉, 복귀한 전공의로 수련 인력이 늘어도, 전문의의 배치와 경력 경로는 별도의 변수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서울 소재 종합병원’과 ‘의원’의 의사 인력은 늘었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 의사는 3천705명에서 3천794명으로 증가했고, 의원 전문의도 1만4천304명에서 1만4천829명으로 각각 늘었다. 이는 일부 인력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의료기관 유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갈등 이후에도 남는 ‘인력 불균형’
더 넓은 범위에서 보면 의료기관 전체에서 의사 수는 증가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의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한방병원 등 모든 요양기관을 합친 의사 수는 올해 1분기 3만4천953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결과가 말해주는 핵심은 “총량은 늘어도, 구성(전공의 vs 전문의)과 분포(어떤 과·어떤 기관)에 따라 체감 불안정은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공의는 수련 과정과 직결돼 비교적 단기간에 증감이 크지만, 전문의는 경력·근무환경·보상·진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움직이는 만큼 변화 속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병원 현장에서는 전공의 복귀로 당장 공백이 줄더라도, 특정 과목·특정 역할에서 인력 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질 수 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향후 관건은 첫째, 전문의 감소가 일시적 조정인지, 특정 진료과에서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흐름인지다. 둘째, 전공의 복귀가 실제 진료 역량과 교육 질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전문의 공급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셋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원 간 인력 재배치가 지속되는지, 혹은 특정 분야에서 어떤 형태의 ‘쏠림’이 생기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통계는 의정갈등 이후 병원 인력이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전문의 부문에서 나타난 미세한 감소 신호는 더 큰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수련 인력의 복원뿐 아니라 전문의의 안정적 배치와 진료과별 인력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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