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느끼는 양육 부담이 클수록 영아(아기)의 스마트폰 등 미디어 이용 시간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 학술지 육아정책연구에 실린 ‘부모의 양육분담이 양육부담을 매개로 영아의 미디어 이용시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부담감이 영아의 화면 노출과 연결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는 최근 1세 이하 미디어 노출 제한 권고(세계보건기구, WHO) 흐름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양육분담보다 ‘부담감’이 변수였다
연구진은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 영유아 교육·보육 패널 조사 2차 연도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 1천416쌍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부모가 스스로 인식한 양육분담 정도와 신체적·정서적·경제적 부담감이 영아 미디어 이용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미디어 이용은 스마트폰 등 화면 기반 매체를 중심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가정 내 양육분담 수준에서 어머니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중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의 분담 점수를 합산해 10점이 되도록 했을 때, 어머니는 평균 6.97점, 아버지는 평균 3.07점으로 조사됐다. 다만 연구에서 의미가 컸던 지점은 “양육분담 자체”보다 “그로 인한 심리적 부담의 증가”가 영아 미디어 사용과 연결되는 과정이었다.
어머니 부담감↑ → 영아 미디어 시간↑
분석 결과, 어머니는 자신이 양육을 더 많이 분담한다고 느낄수록 양육 부담감도 유의하게 증가했다. 반면 아버지는 ‘자신이 인식한 양육분담 정도’가 부담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어머니가 양육을 많이 분담할수록 아버지의 부담감이 커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 이용과의 연관성이다. 연구진은 어머니의 양육 부담감이 클수록 영아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길어지는 점을 확인했다. 반대로 아버지의 양육 부담감은 영아의 미디어 이용 시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는 이 결과를 “양육분담 수준이 높아도 그것이 곧바로 미디어 시간을 늘리는 직접 경로로 작동하기보다는, 분담이 많다고 느끼며 생기는 어머니의 부담감 증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해석으로 정리했다. 즉, 단순히 누가 얼마나 돌보는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돌봄이 주 양육자에게 어떤 정서적 소진과 효능감 저하로 이어지는지가 핵심 변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WHO 권고와 맞물린 ‘화면 노출’ 논의
이번 연구는 화면 노출 제한 권고와도 연결된다. WHO는 2019년 지침에서 1세 이하 영아에게 TV 시청이나 컴퓨터게임 등 주로 앉아서 하는 미디어 이용을 허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고, 2세 아동의 경우에도 화면 노출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하되 적게 노출할수록 좋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어머니의 부담이 영유아를 돌보는 행동, 심리적 상태 등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결국 미디어 노출 시간과 연관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는 어머니의 양육 부담 증가가 심리적 소진과 효능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영아의 미디어 노출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 제시됐다.
“직접 예방 단정은 어려워…다만 공중보건 의미는”
이번 분석은 관찰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 통계적 상관 관계를 다룬다. 연구진은 따라서 양육 부담이 미디어 시간을 직접적으로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영아 미디어 이용은 수면, 언어·인지 발달, 행동 문제 등과 연동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고, 주 양육자의 스트레스 수준은 가정 내 일상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실질적 함의를 갖는다.
특히 어머니 부담감이 미디어 이용 시간과 연결된다는 결과는 정책·현장 지원 방향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돌봄을 ‘분담’하는 제도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되, 동시에 주 양육자가 실제로 덜 지치도록 돕는 정서적·서비스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향후 연구에서는 양육 부담과 미디어 이용 사이의 경로를 더 정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머니의 심리 상태가 실제로 어떤 순간에 미디어 의존을 높이는지(대체 활동의 부재, 돌봄 휴식 기회의 부족, 퇴근 후 돌봄 압력 등), 그리고 아버지의 역할이 어떤 형태로 작동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지(실질 분담, 시간 보호, 긴급 지원 등) 같은 구체 요소가 추가로 확인돼야 한다.
또 정책 측면에서는 육아 지원의 ‘시간 배정’뿐 아니라 주 양육자의 소진을 줄이는 상담·휴식 프로그램, 가족 단위의 돌봄 조정 서비스 등 실효성 있는 지원이 확대되는지 주목할 만하다. 영아의 미디어 노출을 줄이기 위한 권고가 현장에서 현실적 실행이 되려면, 결국 가정 안에서 부담을 줄이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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