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제약이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국내 임상 절차를 본격화했다. 대웅제약은 8일 바이오텍 티온랩테라퓨틱스와 함께 비만 치료용 세마글루타이드 장기지속형(월 1회) 주사제를 공동 개발하고, 연내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국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 경쟁이 제형 혁신과 복약 편의성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월 1회’인가: 주사 빈도 축소가 경쟁력이 되는 구간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 계열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약물이다. 하지만 이 계열은 대체로 정기적인 주사 투여가 필요하다는 점이 진입 장벽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비만 치료는 단기간 체중 감량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 못지않게 환자 입장에서의 투약 편의성과 순응도(지속 복용·투약 가능성)가 상업적 성패를 좌우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과 티온랩테라퓨틱스가 추진하는 장기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는 기존 주 1회 투여 방식의 연간 주사 횟수(52회)를 12회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환자의 번거로움과 부담을 낮추고, 실제 치료 지속 가능성을 높여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결합이 핵심: 고분자 폴리머·입자 균질성으로 지속 방출을 설계
이번 협업은 단순한 공동 개발을 넘어 양사의 약물전달(Delivery) 기술을 결합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약물을 원하는 방식으로 오래 전달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인 ‘큐젝트 스피어(Quject Sphere)’와 ‘큐젝트 지질나노입자(LNP)’ 등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큐젝트 스피어는 약물을 폴리머(고분자) 물질로 감싼 형태로 투여하고, 폴리머가 천천히 분해되면서 약효가 오래 유지되도록 돕는 원리다.
여기에 대웅제약은 장시간 방출을 뒷받침하는 기술 ‘큐어(CURE)’를 결합한다. 대웅제약의 큐어는 마이크로스피어(미세 약물 입자)를 만들어 입자 크기 균질성을 높이고, 이로 인해 약물 방출 속도의 편차를 줄여 보다 안정적인 지속 방출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제약은 두 플랫폼이 맡는 역할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즉, 큐어는 지속 방출의 균질성을, 큐젝트 스피어는 초기 약물 방출을 억제해 지속성 안정화를 돕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이 상호 보완 구조가 약효와 지속성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임상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전제로: IND 신청 완료, 연내 첫 투약 목표
대웅제약은 이번 프로젝트의 임상 개발을 주도하며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국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으며, 연내 첫 환자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 수행 경험과 약동학(PK)·약력학(PD) 기반 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1상 단계부터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단순 투자나 기술 이전이 아니라, 개발과 상업화 전 단계에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이 프로젝트를 비만 치료 영역에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도 연결하고 있다. 이번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뿐 아니라 경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다양한 투약 플랫폼을 비만 치료 전략에 포함해, 제형과 투약 방식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판도 변화: 주사 빈도·투약 방식 경쟁이 2라운드로 진입
비만 치료제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GLP-1 기반 약물이 주도하며 급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 경험을 바꾸는 요소—예컨대 주사 공포, 보관·투약의 번거로움—가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해 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먹는(경구용) 비만약이 등장하며 시장의 ‘진입 장벽’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구형은 환자 입장에서 투약 방식이 훨씬 단순해질 수 있어 신규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웅제약의 ‘월 1회’ 장기지속형 전략은 의미가 커진다. 주사제의 틀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지만, 주사 빈도를 대폭 낮춰 환자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주사 치료를 선택하기 어려운 층”을 공략할 여지가 생긴다. 아울러 약물전달 플랫폼을 결합해 지속 방출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은 제형 혁신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What’s Next: 임상 결과와 제형 성능이 승부처
향후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웅제약이 연내 첫 환자 투약 이후 공개할 임상 데이터에서 약효 지속성과 방출 안정성이 기대 수준에 도달하는지다. 둘째는 시장에서 경구형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월 1회 장기지속형이 실제 처방 시장에서 어떤 사용자군을 흡수하는지(기존 사용자 유지 vs 신규 진입)다.
대웅제약과 티온랩테라퓨틱스가 말한 ‘글로벌 임상 및 생산 역량’도 함께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 단계에서의 약동학·약력학 데이터가 설계대로 나오면, 제형 혁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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