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신축 아파트에 대해 지능형 전력량계(AMI)로 수집된 전력 사용 데이터를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의무적으로 연계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의 ‘시간별 차등’—계절·시간대별 요금체계(계시별 요금제)—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능형 전력망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데이터 연계 의무화’…왜 지금 AMI인가
AMI는 전력 소비자와 전력회사 간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해, 전력 사용량을 원격으로 실시간 검침·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그동안 AMI 보급이 확대돼도, 아파트 현장에서는 데이터가 한전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실시간 요금 체계 도입이 제한돼 왔다.
기후부에 따르면 아파트 이외 주택의 경우 전국 2282만 가구 중 91.1%에 AMI가 설치돼 있는 반면, 아파트는 1278만 가구 중 14.4%인 184만 가구에만 보급된 상태다. 아파트는 보통 단지 단위로 한전과 계약을 맺고 관리사무소가 검침을 대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 AMI가 있어도 요금 산정·부과 체계로 데이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계시별 요금제 확대 위한 제도 손질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장비 보급을 넘어, 데이터 흐름의 ‘공적 기준’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신축 아파트에서 AMI 데이터가 한전과 연계되도록 의무화하면, 사용 시점에 따른 전력 수요와 비용 신호를 요금에 반영할 여지가 커진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 시점과 관계없이 총 사용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약하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계시별 요금제는 현재 제주 지역과 일부 특수 가구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전국 확대를 위해선 데이터 기반의 부과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시 또는 주택법 개정을 검토하고,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소비자 혜택과 비용 부담, ‘타이밍’이 관건
시간대별 요금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언제 쓰는지에 따라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피크)에 요금이 더 높게 책정되는 방식이 논의되곤 해, 절전과 부하 이동(load shifting)을 통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실제 효과는 요금 설계(피크·비피크 간 격차), 사용 패턴(가정 내 냉난방·조리 기기, 야간 사용 습관), 그리고 전환 과정에서의 비용 분담 방식에 달려 있다. 특히 아파트는 관리 주체와 계약 구조가 복잡할 수 있어, 데이터 연계 의무화가 현실에서 어떤 표준·절차로 구현되는지에 따라 현장 혼선이나 추가 비용 가능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효율화에 연결되는 정책
정부가 지능형 전력망을 강화하려는 흐름은 전력망 운영 효율과 재생에너지 확대, 수요관리(DSM) 필요성과 맞물린다. 전력 사용 데이터를 정교하게 확보할수록 전력 공급 계획이 쉬워지고, 순간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방식도 고도화될 수 있다.
이번 계획은 그 과정에서 ‘아파트’라는 대규모 주거 단위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엔 아파트의 검침·계약 구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의 사각지대가 생겼다면, 신축 단계부터 데이터 연계를 의무화해 기반을 먼저 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고시·법 개정과 운영 기준
앞으로는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일정이 관건이다. 이번 방안이 신축 아파트 전체에 즉시 적용되는지, 혹은 단계적으로 도입되는지(예: 특정 시점 이후 착공·분양 단지), 그리고 AMI 설치와 데이터 연계의 비용·책임 주체가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계시별 요금제’의 전국 확대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어떤 요금 구간과 요금 격차가 적용되는지, 취약계층 보호장치(완충 요금, 상한제 등)가 있는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시행계획과 함께 고시·주택법 개정 절차를 밟는 만큼, 관계부처 협의 결과와 세부 운영지침 공개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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