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대만 동쪽 해역에서 해저 지형과 지질구조를 조사하고 해경 함정을 동원한 순찰을 실시했다. 중국은 자연자원 관리와 법 집행을 위한 정상적인 관할권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대만은 해당 해역에서 중국이 어떠한 관할권도 갖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만 해경은 중국 해경선의 위치를 확인한 뒤 경비함을 보내 감시했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만해협뿐 아니라 대만 동쪽 바다까지 긴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 자연자원부는 지난달 10일부터 31일까지 대만 동쪽 해역에서 해양 종합조사를 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목적은 기초 지질과 해저 특성을 파악하고 자연자원 관리 및 국토 공간계획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해저 지질과 구조, 지각 특성을 연구할 자료를 확보했으며 해역 종합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를 단순 연구자료가 아니라 관리 근거와 연결한 점이 주목된다.
조사선에 이어 해경 순찰까지
중국 해경도 같은 날 대만 동쪽 바다에서 법 집행 순찰을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해경 대변인은 푸퉈산함 편대가 상시 순찰을 진행했으며 8월 이후 관련 해역 관리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만 주민을 포함한 중국인의 권익과 생명·재산을 보호하고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표현에는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기존 입장이 반영돼 있다.
대만 해경은 이날 오전 11시께 중국 해경선 두 척이 대만 동쪽 해상에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비함을 파견해 움직임을 감시했다. 대만은 양안이 서로 예속되지 않으며 대만이 동부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중국 대만섬’이나 ‘법 집행 순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실제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배타적경제수역은 영해와 달리 모든 외국 선박의 통항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연안국은 천연자원의 탐사와 개발, 해양과학조사 등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조사 내용과 방식, 사전 동의 여부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해석이 충돌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은 서로의 법적 지위에 대한 기본 입장부터 다르기 때문에 같은 활동도 과학조사인지 관할권 시위인지 전혀 다르게 평가한다.

6월부터 반복된 해양 활동
중국은 최근 대만 동쪽 해역에서 조사와 순찰을 연이어 확대해 왔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6월 6일부터 10일까지 1만t급 순찰선을 보내 해상 법 집행과 해저 측량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중국은 일본과 필리핀이 대만 동쪽 해역의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 착수한 데 대응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자연자원부도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해양조사선을 보내 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당시 활동이 일회성 조사가 아니라 해당 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해군은 지난달 12일 같은 해역에서 인도네시아 해군과 해상 통신, 편대 기동, 해상 보급 등을 포함한 통항훈련도 진행했다. 연구선과 순찰선, 해경선, 해군 함정의 활동이 이어진 것은 중국이 대만 동쪽 바다에서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대만 측 경계의 배경이 된다.
대만 동쪽 해역은 지리적으로도 민감하다. 대만 서쪽의 대만해협이 중국 본토와 가까운 데 비해 동쪽 바다는 태평양으로 이어진다. 유사시 대만의 해상 교통과 외부 지원 경로, 주변국의 군사 활동과도 연결될 수 있다. 중국이 이곳에서 조사와 순찰을 정례화하면 해저 정보 축적뿐 아니라 실제 운항 경험과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수 있다.
충돌 방지 위한 소통 필요
해경 활동은 군사훈련보다 강도가 낮아 보이지만 반복될 경우 현장에서 우발적인 마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상대 선박의 항로를 차단하거나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판단 착오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양측이 서로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통신 요청과 경고의 법적 근거를 두고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항행 안전을 위한 실무 연락과 거리 유지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사안은 해양과학조사와 법 집행, 주권 주장이 결합된 회색지대 갈등의 성격을 띤다. 중국은 행정기관의 발표와 해경 활동을 통해 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려 하고, 대만은 즉시 감시와 공개 반박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어느 쪽도 입장을 쉽게 바꾸기 어려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중국 선박의 활동 범위와 체류 기간, 대만 해경의 대응 수준이 긴장 정도를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주변국 역시 해양경계와 항행 안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조사와 순찰이라는 비교적 낮은 강도의 행동도 반복되면 새로운 관행을 만들 수 있는 만큼, 현장 충돌을 막는 소통과 국제법에 근거한 투명한 설명이 중요하다. 관련 활동의 위치와 목적을 공개하는 것도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황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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