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뮬러원(F1) 경기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뒤 패럴림픽 핸드사이클 선수로 재기해 금메달을 따낸 알렉스 자나르디(59)가 별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통신 등 외신은 자나르디가 지난주 금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사망했다고 전했으며, 그의 자선단체인 오비에티보3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의 죽음을 밝혔다.
F1 선수 시절의 사고, 운명을 가른 충돌
자나르디는 1990년대 초 F1 선수로 활동하다가 미국 카트 챔피언십으로 옮겨 1997~1998년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바꾼 사건은 2001년 9월 독일에서 열린 챔프카(Champ Car) 시리즈 경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자나르디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뒤따라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는 시속 350㎞로 전해졌다. 충격으로 그는 두 다리를 무릎 위까지 절단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1년 반 만에 레이싱 복귀…개조 레이싱 머신이 만든 ‘가능성’
절망적인 상황에도 자나르디는 빠르게 재기를 향한 길을 찾았다. 사고 발생 1년 반 만에 그는 손으로만 조작할 수 있도록 개조된 레이싱 머신을 타고 레이싱 서킷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제한된 조건 속에서 다시 움직이는 방법’을 스스로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됐다.
이후 자나르디의 도전은 레이싱을 넘어 스포츠 전반으로 확장됐다. 2009년 핸드사이클 선수로 전환해 새로운 종목에서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패럴림픽에서 연속 금메달…런던의 한 손 투혼
자나르디는 핸드사이클 전환 후 패럴림픽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각각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영국 브랜즈해치(Brands Hatch) 서킷에서 우승해 ‘완벽한 재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자나르디가 한 손으로 자전거를 들어 올리던 장면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상징적 사진으로 남았다.
이후의 또 다른 부상…그러나 멈추지 않았던 의지
자나르디의 여정은 계속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2020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열린 릴레이 경기 도중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크게 다친 뒤 선수 활동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이번 별세 소식은 그가 남긴 ‘도전의 궤적’을 다시 조명하게 만든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의 자선단체 오비에티보3는 “자나르디가 갑작스럽게 지난 금요일 저녁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가족들은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에 둘러싸인 가운데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총리의 추모…시련을 ‘존엄’으로 바꾼 인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자나르디를 추모하며 “그는 위대한 챔피언이자, 삶의 시련을 용기·힘·존엄으로 바꿀 수 있었던 비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모터스포츠와 패럴림픽 스포츠의 경계를 넘나든 자나르디의 커리어는 단지 성취의 기록을 넘어,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는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그의 이름은 F1 사고라는 비극적 사건에서 시작됐지만, 이후 레이싱 복귀와 패럴림픽 금메달, 그리고 재도전의 과정들을 거치며 ‘가능성의 서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과제와 ‘자나르디 효과’
자나르디의 별세 이후에도 스포츠계에서는 그의 업적이 남긴 의미를 지속적으로 다듬게 될 전망이다. 특히 패럴림픽 종목에서의 성과와 장애를 고려한 장비·훈련 방식에 대한 관심은 그의 커리어가 남긴 실질적 영향으로 평가된다.
또한 그의 자선단체 활동을 통해 보여준 사회적 메시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따라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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