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민감한 현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이 한국 정부에 대응 과정에서 “미국 백악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덧붙여 신속한 조치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SBS는 29일 단독 보도에서 쿠팡 측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된 수사·조사 종결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표현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외교가에서는 한미 협의의 원활한 진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인사 조치도 감지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교부는 29일 주미국대사관에서 경제공사 및 공공외교공사 등 공사급 보직을 교체할 방침이며, 대북 정보 공유 제한, 쿠팡을 둘러싼 갈등, 안보 분야 협의 지연 등 복합 현안이 얽힌 시점에서의 ‘분위기 관리’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백악관 보고” 언급…정부는 “적법 절차” 강조
SBS 보도에 따르면 쿠팡 측은 최근 과기정통부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의 조사·수사에 대해 종결을 요구하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쿠팡 측이 “미국 백악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표현을 덧붙여, 신속한 조치를 압박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SBS는 해당 언급이 백악관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쿠팡 측 요청의 상대가 과기정통부라는 점에서, 배경훈 과기부총리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정부는 수사와 조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SBS의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전방위 로비” 비판…대외 현안과의 연결 고리
이 사안은 단순한 기업의 법적·행정적 대응을 넘어 외교·안보 의제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돼왔다. 앞서 미국 측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에 대해 출국금지·체포·구속이 없도록 보장해야 외교안보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쿠팡의 요구가 한미관계의 주요 의제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개별 기업의 문제를 외교 현안과 연결해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른 것으로 SBS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비교섭단체 소속 또는 무소속 의원들과 오찬에서 대외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며, “자해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요소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다만 대통령 발언은 구체적 대상을 밝히진 않았다.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공사급 교체…“인사 주기” vs “이례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의 공사급 인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주미국대사관에서 경제공사와 공공외교공사를 교체할 방침이며, 신임 경제공사로 김선영 양자경제외교국장, 공공외교공사로 윤주석 영사안전국장이 각각 임명돼 다음 달 부임할 예정이다. 현재 근무 중인 안세령 경제공사와 김학조 공공외교공사는 귀국해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공석인 정무공사 자리에도 신규 인원이 임명될 전망이며, 전영희 주룩셈부르크대사가 거론된다는 전언이다. 또 북미를 담당하는 외교부 내 ‘북미국’에서도 이원우 북미국 심의관이 신임 국장으로 임명되는 등 인사 이동이 함께 이뤄지는 흐름이다.
연합뉴스는 이번 인사가 외교부 본부의 국장급 인사와 맞물려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인사 주기’라는 설명도 함께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상당 기간 근무한 인원들이 인사 대상에 포함됐고, 자연스러운 인사 주기에 따라 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주미대사관에서 대사 아래 ‘넘버 2~4’에 해당하는 공사급 보직이 일거에 교체되거나 신규 임명되는 사례가 흔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전해졌다.
한미 현안과 기업 갈등…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
현재 한미 간에는 대북 정보 공유 제한과 안보 분야 협의 지연, 그리고 쿠팡을 둘러싼 갈등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백악관’ 언급 논란이 확대되면, 협의 채널에서의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적법 절차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 같은 파열음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외교부의 공사급 교체는, 당국이 미국 측과의 실무 협의에서 메시지와 조율을 정돈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 외교 현안은 실무 인력의 연속성과 ‘관계 운영’ 방식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라인의 전면 교체가 예고된 시점에서, 한미 고위급 협의가 어떤 속도로 재가동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향후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된 수사·조사 절차가 어떤 경과를 보일지다. 당국이 밝힌 대로 절차가 지속된다면 ‘외압 논란’은 사실관계 공방으로 더 번질 수 있다. 반대로 조사·수사 일정이 조정되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백악관 언급’의 영향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주미대사관 인사 교체 이후 한미 간 안보·대북 관련 협의가 지연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다. 외교부는 이번 인사가 인사 주기 범위 내라고 설명하지만, 현안이 밀집한 시기에 이뤄진 만큼 미국 측과의 실무 라인에서 속도감 있는 조율이 이뤄지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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