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이번 주 고위급 협상 채널을 다시 가동하면서 조선 협력과 통상 현안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미국으로 출국해 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고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현장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양국 산업·통상 의제가 폭넓게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일정의 공식 중심축은 조선 협력이다. 한미 조선협력센터는 지난 5월 출범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의 실행 거점으로, 미국 해양산업 투자 유치와 조선 인력 양성, 생산성 향상, 기술 교류를 지원한다. 미국 상무부는 현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하고, 한국 산업부는 센터 운영과 국내 업계 조율을 맡는 구조다.
다만 이번 만남이 조선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이 다시 마주하는 자리인 만큼 대미 투자 후보 사업, 공급망 협력, 디지털 플랫폼 관련 쟁점 등 양국 사이에 남아 있는 통상 현안이 함께 다뤄질 수 있다. 조선 협력센터 개소식은 산업 협력의 행사이지만, 실제 외교 무대에서는 관련 의제가 서로 얽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쿠팡 사안, 다시 협상 테이블 오를까
특히 관심을 끄는 쟁점은 쿠팡 관련 사안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법령에 따라 조사와 후속 조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쿠팡을 미국 기업으로 보고 한국 정부의 대응이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 장관은 지난 5월 방미 당시에도 미국 측에 쿠팡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오해가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번에 같은 장관급 채널이 다시 열리는 만큼, 미국 측이 관련 사안을 다시 꺼낼지 여부가 통상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외국 기업 차별 논란을 분리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는 국내 이용자 보호와 법 집행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측이 우려하는 통상상 차별 가능성에는 충분한 설명과 절차적 투명성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전반이 통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산업 협력이 통상 갈등 완충 역할 할지 주목
조선 협력은 이런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의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조선업 재건과 해양산업 기반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은 세계적 선박 건조 역량과 공급망 경험을 갖고 있다. 양국이 실질적 투자와 인력 양성, 기술 교류 성과를 만들면 다른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데도 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그러나 협력 의제가 갈등 의제를 자동으로 지우지는 않는다. 미국 내 정치권은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규제 문제에 민감하고, 한국 역시 이용자 보호와 주권적 규제 권한을 양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협상의 관건은 조선 분야의 성과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쿠팡 등 민감한 사안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 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한미 경제 관계가 제조업과 디지털 규제, 안보 산업을 한꺼번에 다루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조선협력센터 개소가 실행 협력의 출발점이라면, 쿠팡 의제는 양국이 규제와 통상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시험하는 사례다. 워싱턴 협의 결과는 향후 한미 산업 협력의 속도와 통상 갈등 관리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