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촌 지역 일차 의료를 지탱해온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1년 사이 37% 넘게 급감하며 의료 안전망에 ‘붕괴 위기’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 2027~2029년 중장기 혁신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2026년에는 권역별 보건지소 거점화와 비대면 진료·AI 기반 원격 협진, 취약지 인력 집중 배치를 병행하는 대책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복무기간이 발목” 공보의 급감의 배경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신규 편입된 의과 공보의는 98명으로, 같은 해 복무 만료 인원 450명과 비교하면 충원율이 22%에 그친다. 그 결과 전체 의과 공보의 규모는 2025년 945명에서 2026년 593명으로 37.2%나 줄었다. 이는 2017년 전체 복무 인원이 2,116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축소된 수치다.
급감의 핵심 원인으로는 일반 사병보다 긴 복무기간이 지목된다. 현재 공보의는 군사훈련 기간을 제외하고도 36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7.9%가 공보의를 기피하는 이유로 사병 대비 긴 복무기간을 꼽았다. 또한 응답자 중 94.7%는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현역 사병 입대 대신 공보의 복무를 선택하겠다고 답해, 수급난 완화가 ‘복무기간 조정’과 직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단기 처방: 공보의 우선 배치와 보건지소 기능 개편
정부는 공보의가 당장 대규모로 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고, 단기적으로는 인력을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핀셋 정책을 추진한다. 2026년 기준 도서·벽지 등 민간 의료기관이 없는 보건지소 139곳(전국 547개 읍면 대상)에 공보의를 최우선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조치는 단지 인력을 ‘배치’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 보건지소가 소규모로 분산 운영되며 진료 효율이 낮았던 구조적 문제도 함께 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공보의를 배치하지 못하는 나머지 393개 보건지소는 전면 기능 개편을 통해 운영 형태를 바꾼다.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151개 지소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이 상주해 의과 진료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형’으로 전환된다.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은 간호사·조산사 면허 소지자 중 24주 이상 교육을 받은 공무원으로, 현재 91종의 의약품 처방과 예방접종 등 경증 의료행위를 단독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는 이들의 임상 교육을 늘리고 처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료 지침도 개정할 예정이다.
42개 지소는 기존 보건지소를 보건진료소로 바꾸어 ‘상시 진료’ 기능을 강화한다. 200개 지소는 인근 보건소에 있는 공보의가 주 2~3회 방문하는 ‘순회 진료’ 방식으로 운영하고, 민간 의료기관이 비교적 충분한 지역은 진료 대신 주민 밀착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증진형’으로 재편한다.
의사 공백 메우기: 시니어 의사·원격 협진·비대면 보조
정부는 의사 인력 보강을 위해 외부 자원도 확충한다. 60세 이상의 숙련된 전문의를 투입하는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의사가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대상에 보건의료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방의료원 등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순회 파견 진료 활성화도 예고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는 단순 원격상담이 아니라 ‘취약지 특화’로 설계한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이 혼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보건지소의 간호사 등 인력이 안내와 조작을 보조하는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AI 진단 보조 시스템을 도입해 방문 간호 시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의와 즉시 연결하는 원격 협진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의약품 접근성도 개선한다. 기존에는 도서 벽지·고령층 등 일부 취약계층에 제한되던 ‘의약품 재택 수령’ 대상을 1차 의료 취약지인 읍면 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진료 후 약을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복무기간·처우 개선이 남긴 과제
정부는 공보의의 근무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유인책도 병행한다. 공보의 업무활동장려금의 월 상한액을 180만원에서 2026년 225만원으로 올린 데 이어, 2028년까지 27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침이다. 동시에 공보의 복무기간 문제는 국방부와 함께 검토할 과제로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지역 보건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중장기 계획도 추진한다. 소규모로 분산돼 있던 보건지소·보건진료소를 권역별 거점으로 통폐합해 의원급 수준의 기능을 갖추게 하고, 인구와 면적이 작은 지역에는 보건소에 인력을 집중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시설을 완전히 폐쇄하기보다는 순회 방문 진료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이번 대책의 성패는 ‘인력 수급(특히 복무기간과 충원율)’과 ‘거점화·비대면·원격 협진’이 실제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에 달려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참여 지역의 확장과 함께 민간 의료기관과 보건진료소 간 원격 협진 서비스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는 공보의 미배치 보건지소에서 실제로 의과 진료 공백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AI·간호 보조형 비대면 진료가 어르신들의 이용 장벽을 낮추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진다. 특히 2025년 59.5%였던 읍면 단위 보건지소의 공보의 미배치 비율이 2026년 82.1%로 치솟고 2027년에는 86.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 처방이 중장기 구조 개혁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함께 점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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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은 진짜 체감되는 문제라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