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다가구주택을 이용해 임차인 128명의 보증금 약 19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중국 국적의 총책과 배우자, 친인척 및 명의 대여자 등 16명이 역할을 나눠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임대사업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올해 2월부터 7월 사이 사기 등 혐의로 관련자 16명을 송치했다. 총책으로 지목된 홍모 씨는 해외 체류를 이유로 수사가 중지된 상태로 전해졌다. 배우자 이모 씨는 먼저 구속 송치됐으며 지난달 말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판결은 상급심 절차에 따라 확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임차보증금으로 토지·건축비와 반환금 충당
수사 내용에 따르면 일당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관악구 등에 다가구주택 11채를 지어 임대했다. 자기자본 대신 임차인의 보증금과 대출금을 토지 매입 및 건축 비용에 사용하고, 새로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의 반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간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홍 씨가 건물 부지 매입과 명의상 건축주 섭외 등 범행 전반을 관리하고, 이 씨가 지시에 따라 건축주 명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했다. 친인척 일부는 건축주나 소유자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각 피의자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향후 재판에서 판단된다.
문제가 된 주택은 부채와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건물 가치에 가까워지거나 이를 넘는 ‘깡통주택’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일당은 계약 과정에서 선순위 보증금 총액 등을 사실과 다르게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여러 임차인의 보증금이 한 건물에 얽혀 있어 후순위 임차인이 전체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피해자 상당수는 임대차 경험과 자산이 적은 사회초년생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과 직장 접근성을 보고 계약했지만, 임대인의 채무 구조나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면 보증금 회수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
다가구 계약 때 선순위 채권 확인 중요
다가구주택 계약자는 등기부등본만으로 모든 위험을 확인하기 어렵다. 등기에는 근저당권 등 담보 채무가 표시되지만 다른 세입자의 확정일자와 보증금 전액은 그대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임대인에게 선순위 임대차 정보와 세금 체납 여부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설명 내용은 문서로 남겨야 한다.
건물의 예상 매매가와 선순위 근저당, 기존 임차보증금을 합산해 보증금 반환 여력을 살피는 과정도 필요하다.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다가구주택은 분양·감정 가격만 믿기보다 주변 유사 건물의 실제 거래와 경매 낙찰 사례를 비교하는 편이 안전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도 방어 수단이 된다. 보증기관의 심사에서 거절될 가능성이 있는 주택이라면 그 사유 자체가 위험 신호일 수 있다. 특약에는 보증 가입 불가 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피해 회복과 해외 체류 총책 수사 과제
경찰은 2024년부터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피의자들을 추적했고 올해 초 이 씨를 구속했다. 현재 해외에 있는 총책의 신병 확보와 범죄수익 추적은 남은 과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들이 실제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부동산 처분과 배당, 피해지원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
다수 피해자가 얽힌 사건은 건물별 권리순위와 계약 시점이 달라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생긴다. 피해자는 계약서, 이체 내역, 중개 과정의 메시지와 설명 자료를 보존하고 관할 수사기관 및 전세피해지원센터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경매나 배당기일 같은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가족과 친인척, 명의 대여자가 결합한 구조에서 소유자 명의만 확인해서는 실질 운영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개인과 임대인이 제시한 말보다 공적 자료와 금융·임대차 정보를 교차 확인해야 하며, 확인을 거부하거나 계약을 재촉하는 경우에는 거래를 중단하는 판단도 필요하다.
전세사기 예방은 개인의 주의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계약 예정자가 더 쉽게 확인하도록 하고, 명의 대여와 허위 고지를 조기에 포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 결과뿐 아니라 피해자 보증금 회복 규모와 재발 방지 대책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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